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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신성'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양민혁(19·QPR)이 진정한 프리미어리거가 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전망이다. 2부 리그(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팀인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도 주전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임대 이적 후 첫 결장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이 등장했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때문에 결장한 게 아니다. 오로지 실력 문제로 미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에게 외면받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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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보다 한국 팬들에게 더 충격으로 다가온 건 양민혁이 대기 멤버로 나왔다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언더독인 QPR은 이날 강팀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꽤 선전했다. 전반 17분 만에 사이토 코키의 선제골이 터졌고, 전반 30분에는 스티브 쿡의 헤더골까지 나오며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리드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전반 41분 주니오 피르포의 만회골이 터졌고, 후반 6분에 제이든 보글이 골키퍼 맞고 나온 공을 세턴드 슛으로 밀어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이른 시간에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 통상적으로는 공격의 고삐를 당기기 위해 공격수를 추가 투입할 만 했다. 그러나 시푸엔테스 감독은 양민혁을 끝내 선택하지 않았다. QPR 이적 후 경기에 나오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푸엔테스 감독은 후반에 리암 모리슨과 카라모코 뎀벨레, 니콜라스 마드센을 투입했다. 뎀벨레와 마드센은 양민혁과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양민혁이 선택지에서 확실히 밀린 정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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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2일 열린 리그 37라운드 미들즈브러전이 치명적이었다. 이날 선발로 나온 양민혁은 전반을 소화한 뒤 곧바로 교체아웃됐다. 전반전에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여러 차례 인터셉트를 당했고, 이게 빌미가 돼 팀이 실점했다. 인상적인 장면이라고는 전반 42분 왼쪽 측면에서 상대 공을 가로챈 뒤 정확한 패스를 한 거 뿐이었다.
이 경기 뿐만이 아니었다. 양민혁은 QPR 이적 후 꾸준히 기회를 얻었지만, 좀처럼 K리그 시절에 나왔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양민혁의 팀내 입지가 급격히 사라진 듯 하다. 임대로 영입한 선수라 초반 꾸준히 기회를 줘봤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양민혁은 QPR에서도 이제 주전에서 밀려나 백업 선수 중 1명으로 취급받게 됐다. 그것도 교체 1옵션이 아니다. 뎀벨레와 마드센이 먼저 나갔다. 양민혁은 3, 4옵션 정도로 취급받는 상황이다. 이러면 결국 토트넘에 복귀해봐야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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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상황을 볼 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의 현재 수준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평가했다고 보여진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내보내봤자 팀에 도움을 줄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임대를 통해 경험치와 실력을 쌓도록 배려한 셈이다. 그런데 현재 양민혁은 챔피언십에서도 확실한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점점 벤치로 밀려나고 있다. 토트넘에 돌아가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