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이 졸전을 펼치고 패하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손흥민 원흉론'이 이번 애스턴 빌라전 뒤에도 등장했다.
토트넘은 결국 손흥민이 좋은 플레이를 해야 이기는 팀이다.
손흥민이 그 만큼 헌신했고 잘 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다르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권 근처까지 추락했고, 믿었던 컵대회에서도 연이어 탈락하면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보다는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이 화살을 맞는 모양새다.
급기야 '축구계 1티어'로 불리는 영국 공영방송 BBC도 손흥민을 지적하고 났다.
토트넘 홋스퍼는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있는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32강)에서 애스턴 빌라에 1-2로 패했다.
토트넘은 지난 7일 리그컵 준결승 2차전 리버풀 원정 0-4 대패에 이어 이번 애스턴 빌라전까지 지면서 두 개의 컵대회에서 순식간에 떨어졌다.
프리미어리그는 우승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남은 기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걸어야 한다.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토트넘의 '무관'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애스턴 빌라전에서 토트넘은 새로 데려온 외인 공격수 마티스 텔을 손흥민,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함께 스리톱을 놨다.
공격 라인을 재구성하며 상대 공략에 나섰지만 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일찌감치 노란불을 켰다.
애스턴 빌라는 킥오프 후 58초 만에 제이콥 램지의 왼발 슈팅이 토트넘 골키퍼 안톤 킨스키의 손을 맞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토트넘은 만회골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후반 20분 모건 로저스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애스턴 빌라가 점수 차를 2-0으로 벌렸다.
토트넘은 경기가 종료되기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텔이 한 골을 만회했지만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 득점포가 나왔다.
결국 FA컵에서 탈락했다.
토트넘이 패하면서 손흥민의 경기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전반 24분엔 결정적인 찬스를 놓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마저 놓쳤다.
손흥민은 오른쪽 측면에서 마이키 무어의 정확한 크로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와 1대1 찬스를 맞았다. 오른발로 빠르고 강하게 차 넣으면 득점할 수 있는 좋은 패스였다. 손흥민의 슛은 밋밋하고 힘이 없었다. 마르티네스가 어렵지 않게 쳐냈다.
텔의 만회골 이전엔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의 가장 좋은 찬스였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사이트 및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인 4점을 부여하며 "중요한 순간 주장으로서의 퀄리티가 필요했으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혹평했다.
각종 수치를 정량화해서 선수 평점을 매기는 후스코어드닷컴과 소파스코어, 풋몹은 각각 6.1점, 6.2점, 5.9점을 매겼다. 이는 팀 내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어지간한 플레이를 하면 6.5점이 나오게 돼 있는데 손흥민은 미치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토트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영국 '스퍼스웹'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평점 '1.5'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매겼다.
매체는 "손흥민은 무어가 건내 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경기 남은 시간 동안 손흥민의 자신감은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며 "손흥민은 이후에도 애스턴 빌라 수비진에 의해 완전히 통제됐다. 드리블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손흥민 역시 열정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한때 황금빛이었던 손흥민의 명성이 훼손되고 있다. 그의 쇠퇴가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손흥민에게 안타까운 감정마저 들기 시작했다"며 거의 폭언 수준의 혹평을 보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0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며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이리그 경기에서도 전반 중반 일대일 찬스를 허무하게 놓쳐 토트넘이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패하는 중심에 섰다. 여기에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도 '빅찬스미스'가 나왔다.
매체들의 혹평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도 경기 후 "손흥민은 확실히 이전보다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의 기량이 완전히 하락하기 전에 적절한 이적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BBC도 가세했다.
BBC는 "손흥민은 최근 8경기에서 1득점 1도움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었던 그는 최근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쇠퇴했다"며 이날 '빅찬스미스'를 그 증거로 꼽았다.
최근엔 손흥민 경기력을 넘어 주장으로서의 리더십을 흠집내는 이에 더해 최근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을 눌러싼 논란 역시 다시 점화됐다.
과거 토트넘에서 활약했으며,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감독의 아들인 제이미 레드냅은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위기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모호하다"며 비판했다.
물론 아직 반전 여지는 남아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선 일단 직전 경기인 브렌트퍼드전을 이겼기 때문에 1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비롯해몇 경기를 더 이기면 중상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우승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유로파리그에서의 우승 가능성도 아직은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영국 매체들이 새해 들어 손흥민을 집중적으로 물어뜯는 가운데 그가 다시 한 번 반전을 이룰 지도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