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미래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토트넘은 10일 오전 2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애스턴 빌라에 1-2로 패했다.
직전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5부리그에 해당하는 내셔널리그 소속 탬워스와 전·후반을 0-0으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전에서 3골을 터트려 3-0으로 겨우 이기며 4라운드에 진출한 토트넘이 원정에서 힘없이 무너지며 대회에서 탈락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애스턴 빌라가 기선을 제압했다. 중원에서 로저스가 토트넘의 압박을 벗겨내며 제이콥 램지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램지가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겨냥했다. 킨스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공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며 그대로 득점으로 이어졌다. 애스턴 빌라는 초반부터 1-0 리드를 잡았다.
이후 토트넘은 애스턴 빌라의 압박에 고전하며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중원에서 수비가 쉽게 뚫리며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고, 공격에서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20분에는 말런이 패스를 내줬고, 이를 램지가 마무리하려 했으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토트넘은 전반 23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오른쪽 뒷공간을 돌파한 무어가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이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실점 위기를 맞았다. 전반 28분 애스턴 빌라의 역습 상황에서 베일리의 슈팅을 킨스키 골키퍼가 막아냈고, 이어진 램지의 재차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가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활로를 찾지 못하며 0-1로 마무리됐다.


후반 초반 토트넘은 공격적으로 나서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후반 4분 쿨루셉스키의 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되며 좋은 기회가 찾아왔으나, 손흥민의 슈팅은 애스턴 빌라 수비에 가로막혔다. 후반 12분에는 킨스키 골키퍼가 다시 한번 팀을 구했다. 맥긴의 패스를 받은 램지가 일대일 찬스를 맞았으나, 그의 슈팅을 킨스키가 막아내며 실점을 저지했다.
그러나 후반 20분 애스턴 빌라가 추가골을 기록했다.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말런의 패스를 토트넘 수비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흘러나온 공을 로저스가 밀어 넣으며 2-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후반 32분 페드로 포로의 크로스를 받은 단소가 골문 앞에서 슈팅했지만 공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1분 마침내 추격골을 터뜨렸다. 쿨루셉스키의 크로스를 마티스 텔이 발끝으로 밀어 넣으며 데뷔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추가 득점에는 실패하며 경기는 1-2로 종료됐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 시즌 농사의 기본이 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우승 혹은 유럽대항전을 꿈꿀 수조차 없는 지경이다.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멀어지더니 중위권보다도 더 떨어져 24라운드를 치른 현재 14위에 머물고 있다. 위보다 아래가 더 가깝다. 강등권인 18위에 고작 10점 앞서 있다. 2~3경기 더 부진에 빠지면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건 컵대회 순항이 컸다. 카라바오컵 준결승에 올랐고, 홈에서 펼친 1차전을 이기면서 결승행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컸다. FA컵 역시 하부리그 반란을 잘 잡아내며 생존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프리미어리그 성적보다 컵대회를 통한 우승 한 번에 더 무게를 뒀다. 토트넘은 우승 DNA가 거의 없다시피 한 곳이다. 1992년 출범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영국 1부리그 정상에 오른 기억도 60년도 족히 넘은 196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21세기 들어 우승한 것도 2007-08시즌 리그컵 딱 한 차례가 전부다.


그래서 카라바오컵까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믿었다. 과거 조제 무리뉴 감독을 컵대회 결승 앞두고 경질하는 촌극 속에 우승 기회를 놓쳤던 토트넘이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했다. 팬들의 경질 요구에도 귀를 닫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지했던 토트넘 수뇌부는 이제야 또 다른 실수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4강 2차전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리버풀 상대로 90분 내내 36%의 볼 점유율만 가지면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전체 슈팅수 5-26, 유효슈팅수 0-10, 코너킥 4-14 등 준결승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원사이드로 밀렸다.
토트넘이 FA컵까지 놓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밀고 갈 이유가 사라진다. 실제로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도 "토트넘이 애스턴 빌라전에 패배할 경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자리는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토트넘이 며칠 사이 두 컵 대회에서 탈락할 경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라며 "토트넘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여전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애스턴 빌라전으로 그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