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박진우]
"유죄는 수용하나 징계 수위는 과분하다." 토트넘 훗스퍼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로드리고 벤탄쿠르 징계 수위에 대한 항소를 제기했다.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계정을 통해 "토트넘은 벤탄쿠르에 대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징계 기간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구단은 독립 규제 위원회의 유죄 판결을 수용하나, 부과된 제재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으며, 구단은 이 기간 동안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끝내 토트넘이 '손흥민 인종차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건은 지난 여름 휴식기에 발생했다. 2023-24시즌이 끝난 후 벤탄쿠르는 자국 우루과이에 머물며 한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인터뷰 도중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주는 건 어떤가? 왜냐하면 모두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급속도로 퍼졌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었기 때문. 동아시아인의 외모는 모두 똑같다는 고정관념과 사고방식에 기인한 표현이며, 이는 곧 '명백한 차별'을 의미한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쏘니 나의 형제여, 지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며, 당신이나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라며 사과문을 공개했고, 손흥민 또한 사과를 받아 들였다.
이는 비단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당수의 아시아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토트넘 구단 내부에서 '동아시아인 인종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아울러 프리미어리그(PL)에서도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을 벌이며, 차별을 근절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와중에 나온 사건이었다. 따라서 구단 내부의 중징계가 예상됐다.
그러나 구단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구단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프리시즌 공개 석상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했지만, '당사자간 풀어야 할 일'이라며 입을 아꼈다. 결국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채 2024-25시즌이 시작됐다.
FA가 나섰다. 2024-25시즌 개막 이후 FA는 벤탄쿠르를 E3.1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8일 성명을 통해 "독립 규제 위원회가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4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 그대로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
그러나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풋볼 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벤탄쿠르가 FA에 제출한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진행자가 손흥민을 '한국인'이라 지칭한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졌고, 진행자를 다그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발언을 뱉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FA에 제출한 토트넘의 의견서에도 "벤탄쿠르는 진행자가 부적절한 일반화를 사용한 것에 대해 가벼운 농담을 던져, 그의 잘못된 태도를 꾸짖기 위한 의도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시 말해 벤탄쿠르의 발언은 손흥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토트넘은 FA의 발표 이후, 하루 동안 침묵했다. 그간 보였던 '쉬쉬 행보'를 이어간 것.
'쉬쉬 행보'의 끝은 '인정과 뉘우침'이 아닌 '항소'였다. 구단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손흥민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강조했다. 동시에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는 과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토트넘은 24일 맨체스터 시티전을 시작으로 풀럼, 본머스, 첼시, 사우샘프턴, 리버풀 등과 연달아 PL 경기를 치른다. 이에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출전 정지 기간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벤 데이비스와의 발언과 극명히 비교된다. 데이비스는 토트넘 선수단 중에서 최초로 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풋볼 런던'은 19일 데이비스의 말을 전했다. 데이비스는 "난 토트넘에서 팀으로서, 하나의 그룹으로서 모두가 그 일을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런 일들은 지금처럼 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우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본질의 문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유죄는 인정하나 과분한 징계"라는 내용을 강조한 토트넘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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