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마음은 한결같다.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에게 확답을 주지 않고 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고 싶어한다.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임대도 한 번 다녀오지 않고 줄곧 토트넘에서만 뛰다 커리어 황혼기 진입을 앞두고 있는 손흥민은 '토트넘 종신'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 대신 계약 연장 옵션 발동을 선택했지만 손흥민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토트넘 잔류를 원하는 모양이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 소속 언론인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17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이 토트넘에 1년 더 머무를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조항을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거의 결정된 일"이라고 했다.
플레텐베르크는 그러면서 "32세의 월드클래스 윙어도 토트넘에 남길 원한다"며 손흥민이 토트넘 잔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2세의 월드클래스 윙어는 당연히 문맥상 손흥민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달 초부터 계속해서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유력지 '텔레그래프'의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에 이어 플레텐베르크까지 공신력 높은 매체와 언론인들이 손흥민이 토트넘에 1년 더 머무른다는 내용을 확인하면서 손흥민의 다음 시즌 잔류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번 연장 옵션 발동은 전적으로 토트넘의 선택이다. 지난 2021년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손흥민의 계약 조건 중 하나로 삽입했던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한 것이다. 관련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내부적으로 결정을 마쳤고, 손흥민 측에 이 결정을 통보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 측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는 지난 14일 "손흥민이 토트넘의 계약 연장 옵션 발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발동할 생각"이라고 했다.
플레텐베르크의 설명은 '기브 미 스포츠'의 보도 내용과 결이 비슷하다. 일방적인 상황에서도 손흥민 측이 토트넘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유도 당사자인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는 걸 원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토트넘을 향한 손흥민의 충성심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 가능한 대목이다.
2018년과 2021년 재계약은 손흥민의 충성심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손흥민은 20대 중반이었던 2018년 당시 토트넘과 2023년까지 재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토트넘에서 보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손흥민은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시즌이 시작되기 전 토트넘과 또다시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을 2025년 6월까지로 늘렸다.
또한 손흥민은 2021년 재계약을 맺을 때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였지만 계약 연장 옵션의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지 않고 구단에 넘겼다. 이 역시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손흥민의 충성심은 이번 시즌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아직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 구단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고 말하면서 팬들을 감동시켰다. 아직까지 팀 커리어에 우승 경력이 없는 손흥민은 자신이 사랑하는 클럽인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인 것이다.
손흥민의 거취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지난 9월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재계약과 관련해 토트넘과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명확하다.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내 나이에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많은 대회를 소화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시즌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고, 클럽의 모든 구성원들이 원하는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며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시즌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손흥민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라며 토트넘을 향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러한 충성심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는 대신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쪽을 선택했다. 재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2025-26시즌 손흥민의 퍼포먼스와 컨디션을 확인하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일단 손흥민이 2026년까지 토트넘에 머무르는 건 확실시된 분위기다. 앞서 로마노는 자신의 SNS로 손흥민의 계약 관련된 소식을 전하면서 토트넘이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는 이유는 다음 시즌 자신들의 플랜에 손흥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는다면 손흥민은 2026년 여름 자유계약(FA) 신분이 되어 자신이 사랑하는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