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반 년 정도 남았다.
2025년 여름이면 계약이 끝나는 데 1년 계약 연장 옵션이 있어 1년 더 남을 여지는 있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10년 가까이 헌신한 주장을 제대로 된 대우 없이 풀어줄 생각으로 보인다.
토트넘에 대한 손흥민 재계약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이번엔 토트넘에서 과거 스카우트를 했던 브라이언 킹이 다시 한 번 연장 옵션 행사를 넘어 다년 재계약을 촉구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13일(한국시각) "킹은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해 새 계약 제안하지 않는 것을 어리석은 짓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이 구단에 있는 것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킹은 "그의 성실함은 젊은 선수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사회가 왜 2년 계약을 제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토트넘 미래로 불리는 17세 초신성 마이키 무어도 손흥민이 등대 같은 면모를 전한 적이 있다.
무어는 지난 10일 입스위치와 홈 경기 매치데이 매거진을 통해 손흥민과 같이 뛰는 기분을 소개했다.
그는 "쏘니(손흥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그는 정말 훌륭한 주장이자 훌륭한 롤모델"이라며 "환상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난 쏘니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잘 대하는지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 차 있다. 쏘니는 클럽의 훌륭한 일꾼이었다. 마땅히 받아야 할 트로피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토트넘의 방식을 구현하는 선수"라고 한 없는 존경을 표현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도 "사우디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이 오면 손흥민이 떠날 수 있다"며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실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손흥민을 (2026년에)자유계약으로 이적시킨다는 게 아니라 (내년 여름)이적료를 챙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럼에도 손흥민의 토트넘 잔류가 더 큰 효과를 부를 것으로 내다봤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잃는다면 커다란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토트넘은 수개월 넘게 손흥민 재계약에 대해 관망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12일엔 영국 '토크스포츠'가 손흥민이 다음 시즌이 끝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자유계약 신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과 관련된 이미 1년 연장 옵션 활성화 보도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그의 계약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는 매체 '풋볼 인사이더'를 시작으로 지난 8월 말엔 가디언, 풋볼 런던, 더 스탠더드 등 유력지들도 한 번씩 훑고 지나갔다.
당시 영국 '더선'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는 톰 바클레이도 SNS로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계약을 2026년 여름으로 넘기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현재 계약의 마지막 12개월에 들어간 후 계약 상황을 돌아봤다"라며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밝혔다.
영국 유력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이런 기조를 이어받아 지난 4일 "토트넘은 손흥민 계약에 대한 1년 연장 옵션을 활성화해 2024-2025시즌이 끝나도 그가 클럽에 계속 남게 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기간은 7개월 남았다. 구단 측에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며 "토트넘이 그렇게 할 생각인 것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이상 잔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8월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옮기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손흥민은 처음엔 5년 계약을 맺었다.
입성 첫 시즌 아르헨티나 영건 에리크 라멜라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고전해 2016년 여름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 직전까지 갔으나 마음을 고쳐먹고 도전을 결심한 것이 지금의 손흥민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손흥민은 2018년 여름에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2023년 6월까지 5년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수상하고 2호까지 받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어 토트넘이 그의 연봉을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어 2021년 여름에 역시 기존 계약을 없앤 뒤 연봉을 180억원(추정)까지 올려 2025년 여름까지 설정된 토트넘과의 3번째 계약서에 사인했다.
사실 손흥민 연봉은 활약상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40위권에 불과하다. 마커스 래시퍼드, 카세미루, 마테이스 더 리흐트, 안토니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상이 미미한 선수들도 이번 시즌 연봉이 200억원을 넘는다.
게다가 손흥민의 현 계약서엔 계약기간을 2026년까지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손흥민의 계약 만료가 1년 약간 남지 않은 지금 영국 유력지들이 손흥민에 대한 토트넘의 계약 연장 옵션 행사 등을 보도한 것이다. 옵션이 행사되면 토트넘은 연봉을 올리지 않아도 손흥민을 1년 더 활용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손흥민과 경쟁할 어린 선수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손흥민이 2025-2026시즌에 토트넘에서 뛰더라도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손흥민 없는' 2026년 여름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이슬란드 국가대표인 프랑스 리그1 릴의 하콘 아르나르 하랄손 등을 관찰하고 있다.
다만 손흥민 포지션에 어떤 젊은 선수가 오더라도 손흥민이 보여준 이른바 '가성비' 넘치는 임팩트를 재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마케팅 가치 등에서 손흥민이 갖고 있는 메가톤급 위력을 다른 선수들이 재현하기도 어렵다.
이런 견해는 세계적인 경제지인 '포브스'도 얼마 전 지적한 내용이다.
포브스는 지난달 30일 "토트넘 홋스퍼는 한 스타에게 막대한 빚을 졌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빚을 졌다는 선수는 다름 아닌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다. 매체는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뛴 손흥민이 클럽에서 쌓은 업적과 전 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주목했다.
매체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릴 때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한 선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팬들이 모이냐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토트넘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팬들 대부분 손흥민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인 손흥민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 중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출전했다"라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로 4번이나 선정돼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박지성조차 손흥민이 이룬 스타덤에 근접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경기장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을 위해 꾸준하고 훌륭한 활약을 펼쳐 우리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이고 겸손한지 당연하게 여길 정도"라며 "한국에서 그는 국민 영웅이라는 지위를 당연하게 얻었으며, 존경할 만한 겸손함으로 그 고귀한 영예를 이어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또한 놀라울 정도로 충성심이 강해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토트넘에 남아 있다"라며 손흥민의 충성심도 주목했다.
매체는 "손흥민의 절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파트너였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이적을 추진했을 때조차,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를 돌이켜볼 때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계속 뛰었다"라고 했다.
사실 토트넘은 오일 머니 유혹에 솔깃할 만하다.
지난해부터 손흥민은 오일머니로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수집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혹을 받고 있다. 당시 손흥민이 사우디 알 이티하드로부터 4년 총액 최대 2400억원을 제안받았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우디의 관심에 손흥민은 "난 아직 사우디아라비아에 갈 준비가 안 됐다. 프리미어리그가 좋고, 프리미어리그에서 할 일이 남았다"라며 이적설을 부인하고, 토트넘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사우디가 토트넘에도 손흥민 이적료로 900억원 정도를 지급할 태세를 드러내고 있어 토트넘은 손흥민 이적을 통한 차익실현 등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월 이적시장이면 손흥민은 보스만룰(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경우, 선수는 타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권리가 있는 규정)에 의해 토트넘 외에 다른 구단과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토트넘은 이를 피하기 위해 남은 두 달 동안 손흥민과 계약 연장 혹은 재계약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남은 시간 토트넘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 토트넘 / SN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