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황인범이 네덜란드 리그를 벌써부터 정복한 분위기다.
네덜란드 매체 'voetbalprimeur'는 8일(이하 한국시간)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입단 이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트벤테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골을 넣으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 선수를 잘 모르시겠지만, 이미 유럽에서 경험이 있는 선수다"라고 황인범을 소개한 뒤, "그가 리더로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 선수들과 함께 일해본 결과 한국 선수들은 보통 매우 겸손한 편이다. 하지만 황인범이 팀원들에게 손으로 지시하는 것을 봤다"라고 극찬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황금기 멤버 중 한 명이었던 피에르 판호이동크도 황인범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이 선수가 두세 경기 만에 페예노르트의 플레이메이커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황인범은 지난여름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떠나 페에노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이후 곧바로 9월 A매치를 치러 데뷔전이 밀렸다. 황인범은 지난달 20일 레버쿠젠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1차전을 통해 페예노르트 데뷔전을 치렀다.
새로운 팀에 적응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브리안 프리스케 감독은 황인범을 곧바로 선발로 내세웠다. 팀은 0-4로 대패했지만, 황인범은 빛났다. 당시 황인범은 즈베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보다 다소 높은 위치에 배치되면서 공격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또한 박스 투 박스 역할로 수비 롤까지 수행하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황인범은 11.8km를 뛰었는데, 이날 나섰던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황인범은 데뷔전 이후 어느덧 4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기다리던 데뷔골까지 터졌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6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스타디온 페예노르트 더 카위프에서 열린 2024-25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8라운드에서 트벤테에 2-1로 승리했다.
페예노르트가 먼저 리드를 잡았다. 전반 28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우에다 아야세가 황인범에게 패스를 보내고 문전으로 침투했다. 황인범은 곧바로 좌측면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를 우고 부에노가 잡고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우에다가 이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페예노르트가 추가골을 만들었다. 전반 43분 골키퍼의 킥 미스를 이브라힘 오스만이 끊어내고 페널티 박스로 패스를 보냈다. 이를 수비가 걷어냈다. 세컨드 볼을 뒤에서 대기하던 황인범이 잡고 왼발 중거리 슈팅을 꽂아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의 페예노르트 데뷔골이다.
전반을 2-0으로 앞선 페예노르트가 후반에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시간을 보냈다. 트벤테가 한 골을 만회했다. 후반 34분 좌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문전에서 샘 스테인이 왼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득점했다. 페예노르트는 한 골 차의 간격을 유지했고, 결국 2-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황인범은 ESPN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두 골을 넣었고, 그들은 한 골만 넣었다. 이것이 차이다. 양 팀 모두 지난주에 유럽 대항전 때문에 조금 피곤했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싸워준 팀원들이 자랑스럽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첫 30분 동안 힘들었지만 잘 회복해서 두 개의 멋진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에 실점한 것은 우리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마지막까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이번 승리에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황인범은 벌써 페예노르트에 완벽히 적응한 모양새다. 그는 "정말 멋지다. 이 클럽, 도시, 그리고 사람들을 이미 사랑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나와 내 가족에게 너무 친절하다. 내 아내와 아이에게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그리고 이 도시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보여주고 싶다. 이곳에 있고, 이 클럽을 위해 뛸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페예노르트 팬들이 반할 수 밖에 없는 인터뷰 스킬이다. 황인범은 "모두가 이렇게 큰 클럽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 큰 클럽에서 뛰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이곳에 있는 것이 기쁘다. 올림피아코스, 즈베즈다도 큰 클럽이다. 이곳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보면 피곤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한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겹경사다. 황인범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구단이 선정한 9월 이달의 선수에 뽑혔기 때문이다. 페예노르트는 "9월 이달의 선수로 황인범이 선정됐다. 이 미드필더는 클럽에서 첫 개인상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황인범은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상을 선물이자 더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인범은 이날 경기 공식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여기에 더해 네덜란드 'ESPN'이 선정한 이주의 팀에 선정됐다. 이적 한 달 만에 페예노르트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황인범이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까지 극찬하면서 그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저작권자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