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평점은 신경쓸 일이 아니다. 경기 MVP를 타는 시대가 왔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얘기다.
김민재의 월드클래스 부활엔 센터백으로 세계 최고 수준 활약을 펼쳤던 뱅상 콤파니 신임 감독의 혜안이 있었다. 프리시즌 훈련 때부터 "민재!"를 외치며 그의 기량을 알아봤던 콤파니 감독은 1~2번 실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믿고 기다렸다.
김민재가 완벽히 부활했다. 지난시즌 우승팀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제대로 입증했다.
그는 특히 레버쿠젠전이 끝난 뒤 자신을 한 없이 깎아내리던 독일 최고 축구전문지 '키커'에서 뽑은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5라운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레버쿠젠전 매치 MVP에도 선정됐다.
뮌헨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5라운드 홈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무패 신화를 일궈내며 창단 후 첫 우승을 달성한 팀이다. 뮌헨의 리그 12연패를 저지하기도 했다. 두 팀 맞대결은 '미리보는 결승전' 성격으로 큰 관심이 쏠렸는데 한 골씩 주고받으며 비겼다.
뮌헨은 승점을 13(4승1무)으로 늘리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리그 3위 레버쿠젠은 승점 10(3승1무1패)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최고의 화제 선수는 단연 김민재였다.
경기가 끝난 후 김민재에겐 칭찬이 쏟아졌다. 이날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파트너인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레버쿠젠 공격을 잘 막아냈다. 1골 실점하긴 했지만 상대 선수의 기가 막힌 중거리포여서 센터백에 책임을 묻긴 어려웠다.
독일 현지 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전반에 자책할 일이 별로 없었다. 집중력을 보여줬고, 큰 실수가 없었다. 어뢰처럼 앞으로 나아갔고, 하프라인에서 상대의 패스를 가로챘다. 그게 콤파니 감독이 원하는 방식"이라며 평점 1.5점을 줬다. 독일식 평점은 1~6점 사이를 주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좋다.
'아벤트자이퉁'도 "탄탄한 김민재는 뮌헨의 최고의 선수였다. 수비 타이밍이 매우 좋았다. 전반적으로 설득력 있는 실력이었다. 안드리히에게 실점을 내줬지만, 오늘 저녁 뮌헨 최고의 선수였다"라며 팀 내 최고인 평점 2점을 줬다.
'키커'는 김민재에 평점 2를 주면서 그를 레버쿠젠전 MVP로 선정했다. '결승전'이라고 평가받는 경기에서 김민재가 제대로 해낸 것이다.
김민재에 대해 키커는 "단호하고 세심한 수비를 펼쳤고, 태클과 헤더에 강했다"라며 "이 활약으로 김민재는 자신의 클래스에 대한 의문을 지웠다"라고 호평했다.
이는 경기 전 김민재에 대한 키커의 평가와 180도 달랐다. 키커는 뮌헨-레버쿠젠 경기를 앞두고 지난 25일 양 팀 선수단을 비교할 때 김민재의 패스 실력을 지적했다.
매체는 뮌헨 수비수들에 대해 "뱅상 콤파니 감독은 높은 수비 라인을 위해 빠른 선수가 필요함에 따라 탄탄한 에릭 다이어 대신 다요 우파메카노와 김민재 듀오를 선택했지만, 시즌 개막전인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는 지난 시즌 뮌헨의 가장 약한 센터백 조합이라고 의심했던 이들을 확신시켜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파메카노는 기본적으로 수준이 높고 안정적인 리더가 옆에 있어야 한다"라며 "김민재는 패스 퀄리티와 볼 간수 측면에서의 능력이 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민재는 레버쿠젠에서 키커의 혹평이 무색한 경기력을 펼쳤다. 패스와 볼 간수 능력을 지적했지만 김민재의 레버쿠젠전 패스 성공률은 92%에 달했고, 볼 소유권을 잃은 횟수는 0회였다.
김민재가 예상에서 벗어난 활약을 보여주자 키커도 현실을 받아 들여 김민재에게 칭찬을 쏟아냈다. 라운드 베스트11에도 뽑았다.
구단에서도 그를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방출하지 않고 동행한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바이에른 뮌헨의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CEO도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부활을 기뻐했다.
그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정말 뛰어났다. 두 사람이 함께 활약해서 행복하다"면서 "지난 시즌 비판을 받았고, 실제로 활약이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민재가 휴식기 이후 한국 투어가 끝났을 때부터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콤파니 감독은 김민재의 부활을 반겼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1일 "김민재는 새 감독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토마스 투헬 전 감독에게는 작은 비난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뮌헨 감독인 콤파니에게는 큰 칭찬이다"라며 "콤파니는 분명히 김민재에게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콤파니는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의 임무를 단순화하지 않았다. 그의 전술은 두 선수를 때로는 미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놓이게 했다"고 콤파니가 김민재를 완벽하게 기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뮌헨과 독일 축구 소식을 전하는 '바이에른 앤드 저머니'는 "볼프스푸르크와의 경기 직후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에 대한 비난이 다시 제기되자 콤파니는 즉각 반응했다. 전체 선수단 앞에서 콤파니는 두 선수를 위해 일어섰다. 그는 두 선수가 경기장에 그렇게 높은 위치, 때로는 골대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수비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설명했다"면서 "항상 상대가 빈 공간을 이용해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걸 강조했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콤파니의 예상치 못한 지원에 고마워했다"고 콤파니의 지지가 두 선수에게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벤트 차이퉁은 "레버쿠젠전은 뮌헨이 콤파니 감독 아래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투헬 전 감독이 패배자처럼 보이게 했다"라며 "콤파니 감독은 시즌 초반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기용하고 있다. 마테이스 더 리흐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고, 에릭 다이어는 벤치에 있다. 지금까지는 콤파니가 옳았다는 걸 입증했다"라고 했다.
콤파니 감독은 부임할 때부터 현역 시절 김민재와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해 김민재에게 유리할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 김민재의 달려드는 수비, 적극적인 미드필더 진입 및 패스 플레이 등을 존중하고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중이다.
콤파니 감독의 믿음과 선수 보는 눈이 김민재를 빠른 시간 내 살려내고 있다.
이제 김민재는 다시 유럽 무대로 나아가 자신의 상승세를 점검한다.
김민재는 3일 오전 4시 프리미어리그 강팀 애스턴 빌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2차전 원정 경기를 준비한다. 강행군 속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경기인데 까다로운 프리미어리그 구단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김민재의 선발 출격이 다시 한 번 예상된다.
이어 7일 오전 0시30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분데스리가 원정 경기를 뛰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사진=키커 /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