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어-뮐러 듀오, ‘메시 독주 체제’ 붕괴하고 어깬 나란히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입력
2024.06.11 17:53
리오넬 메시(36), 세르히오 부스케츠(35), 마누엘 노이어(38), 토마스 뮐러(34). 네 명의 월드 스타를 관통해 흐르는 공통의 강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얼핏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두 명씩, 곧 메시-부스케츠와 노이어-뮐러로 묶는다면 손쉽다.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곧바로 메시와 부스케츠는 메이저리그 사커의 인터 마이애미 CF에 같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노이어와 뮐러는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솥밥을 먹는다고 답할 듯싶다. 물론 답은 아니다. 네 명 모두에게 해당하는 교집합은 아니라는 점은 금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답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연관을 짓는다면,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진다. 좀 더 외연을 좁혀 UCL 출장 경기 기록으로 들어가면, 답이 돌출된다. 2023-2024 UCL의 막이 내리면서 새롭게 형성된 적집합이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최근 집계해 발표한 통계는 시선을 끌어당긴다.

‘축구 향연’ 또는 ‘꿈의 무대’로 일컬어지는 UCL에서, 출장 경기 수를 거론할 때면 의당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가 튀어나온다. 그럴 만하다. 최다 출장 기록(187경기)을 보유한 호날두의 존재를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아울러 최다 득점 기록(141골)을 지닌 점은 호날두의 존재감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나 듀오로 묶으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메시-부스케츠 조합이 가장 윗자리에 올라 있다. 메시와 부스케츠는 라리가의 바르셀로나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메시는 2004~2021년, 부스케츠는 2008~2023년 각각 바르셀로나에 몸담고 ‘바르사’의 전성시대를 함께 이끌어 온 바 있다.

그 시절에, 메시-부스케츠 조합은 UCL 듀오 출장 경기 기록을 세웠다. 물경 108경기에 이른다. 둘이 손잡고 뛰던 기간(2008~2021년)에, 바르셀로나는 UCL 3회 우승(2008-2009, 2010-2011, 2014-2015)의 영화를 누렸다.

<enter caption here> during the Group B match of the UEFA Champions League between Tottenham Hotspur and FC Barcelona at Wembley Stadium on October 3, 2018 in London, United Kingdom.

지난 1일(이하 현지 일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23-2024 UCL의 막이 내리면서, 이 기록은 또 하나의 선두 조합에 한 자리를 내줬다. 마이어-뮐러 짝꿍이 똑같이 108경기에 출장하며 기울었던 균형추를 평형으로 되돌렸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마이어-뮐러 조합은 메시-부스케츠 듀오에 세 걸음 뒤처져 있었다. 큰 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마이어-뮐러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각광받으리라 점쳐졌다. 그러나 마이어는 부상이라는, 뮐러는 체력 저하에 따른 교체 투입이라는 걸림돌에 각각 발목이 잡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만으로 스스로를 달래야 했다(표 참조). 이번 시즌에, 마이어와 뮐러는 그룹 스테이지(A) 4라운드 갈라타사라이전(2023년 11월 9일·2-1 승리)과 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2023년 12월 13일·1-0 승리) 및 레알 마드리드와 치른 준결승 2차전(2024년 5월 9일·1-2 패배) 등 3경기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메시 이름값 엿볼 수 있는 기록… ‘100경기 출장 듀오 클럽’ 휩쓸어


‘UCL’ 하면, 가장 먼저 라리가의 최강인 레알 마드리드가 스쳐 간다. 당연하다. “UCL ‘우승 DNA’를 갖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다”라고 평가받을 만큼, 초강세를 뽐내 왔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막이 내리며 ‘리그 데 샹피옹(Ligue des Champions)’, 곧 UCL 앤섬(ANTHEM)이 울려 퍼질 때, 열다섯 번씩이나 빅 이어(UCL 우승컵)를 치켜들고 등정의 환희를 만끽한 으뜸의 명가가 곧 레알 마드리드다. 최다 우승이 입증하듯, ‘UCL 절대지존’으로서 군림해 왔다.

그러나, UCL 최다 출장 듀오 기록에서만큼은 바르셀로나가 단연 으뜸이었다. ‘100경기 출장 듀오 클럽’은 바르셀로나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199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 선보인 UCL 역사에서, 이 클럽에 가입한 조합은 다섯에 불과하다. 그중 넷이 모두 바르셀로나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호흡을 맞춘 짝이다. 바이에른 뮌헨을 대표한 마이어-뮐러 조합만 외로운 기러기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이 넷 가운데 세 조합에 메시는 전부 공통 인자로 들어가 있다. 메시는 부스케츠와 함께 차지한 1위를 비롯해 제라르드 피케와 4위(104경기)에,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5위(100경기)에 각각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바르셀로나 조합으로 유일하게 빠진 3위엔, 부스케츠-피케(105경기) 듀오가 포진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대목은 노이어-뮐러 조합만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다른 네 조합은 이적 또는 은퇴 등으로 말미암아 더는 기록을 이어 갈 동력을 잃었다. 메시와 부스케츠는 비록 아직도 한 팀에 있긴 해도 유럽 무대를 떠났다. 피케는 은퇴했고, 이니에스타는 UAE 프로리그 에미리트에서 잊혀 가는 상태다.

따라서 2024-2025 UCL이 끝나면, 듀오 최다 출장 기록이 경신될 확률은 거의 100%다. 물론 그 신기록 수립의 영광을 안을 주인공은 노이어-뮐러 조합이다. 다음 시즌 지켜볼 만한 흥밋거리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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