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4일 오후 12시(한국시간 5일 오전 2시)부터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작했다. 포스팅 개시 이후 30개 전구단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포스팅시스템에는 제한 기한이 있다. 바로 30일 이내라는 기간이다. 결론적으로 김혜성의 포스팅 이적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내년 1월 3일 오후 5시, 한국시간으로는 1월 4일 오전 7시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미 김혜성은 약 20일의 시간을 썼다. 이제 남은 기간은 불과 열흘에 반나절 정도가 더 남았을 뿐이다. 물론 열흘 정도가 남은 만큼 시일이 촉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미국 등 서구권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과 새해 등 연말과 연초는 대대적으로 장기휴가가 이뤄지는 만큼 실질적인 업무 절차에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야구 관련 이적 시장을 다루는 메이저리그의 필수 업무 파트를 포함한 전체 프런트가 단체 휴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해당 기간 메이저리그 각종 업무들도 상당한 휴식기를 갖는다는 점에서 김혜성의 이적 완료를 기다리는 이들의 조바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실 포스팅 계약이 장기화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실제 김혜성은 KBO리그 현역 최고의 내야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실제 김혜성은 올해까지 8시즌 통산 953경기서 타율 0.304(3433타수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403 OPS 0.767의 성적을 냈다. 특히 주전 내야수로 성장한 이후부터인 2021시즌에는 유격수로, 2022년과 2023년에는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21년 한 차례 도루왕에 올랐고, 올 시즌에는 타율 0.326, 11홈런, 75타점, 3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41을 기록했다.
앞서 올 겨울 FA 시장을 예상하는 미국 언론들의 전망에서도 ‘TOP50’에 속하면서 이적이 가능한 선수로 분류됐다. 지난 수년간 메이저리그 복수의 팀들이 김혜성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이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근거다.
그런데 막상 이적 시장 뚜껑이 열리자 예상보다 더 반응이 잠잠하다. 스토브리그 개막 전부터 시애틀 매리너스가 김혜성과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있는 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적 시장 전문가들은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이적 제안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혜성의 이적 대리인이 오타니 쇼헤이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에이전트사 CAA 스포츠인 만큼 물밑에서 드러나지 않게 이적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훨씬 많다.
결국 여전히 이적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실제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뤄지려면 다년 계약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1~2년 수준의 규모는 김혜성의 입장에서도 실익이 없는 만큼 연 평균 대우 만큼이나 일정한 이상의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구단이 있다면 이적 협상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CAA 스포츠를 비롯한 김혜성 측은 현재 이적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 이적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의 복수 구단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는 게 김혜성 측의 입장”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포스팅 기간이 끝나기 전에 메이저리그 계약 발표가 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앞서 히어로즈의 선배로서 먼저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김하성은 2020년 12월 7일 포스팅 공시를 해서 25일만인 2021년 1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3900만 달러(566억원)에 4+1년이란 수준급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이정후는 12월 5일 포스팅을 공시하고 9일만인 같은 달 1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1640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김혜성이 최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수들과 비교해 어떤 조건의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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