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불리는 워렌 크로마티(71)가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로 3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크로마티는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Cromartie Channel을 통해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됐다. 3년 전부터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에 전념했지만, 여전히 다리를 쓰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유증인 길랭-바레 증후군이라는 진단이었고, 미국에서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에 일본에서 다시 검사를 받은 결과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후 재수술을 받았지만, 하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은 “커다란 기구를 몸에 장착하고 재활에 매달리는 나날이다. 마치 로보캅이 된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직접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는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진 채 일어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담겨 있다. 또 특이한 기구에 의지해 어렵게 한 발짝 씩 걷는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도 보여준다.
크로마티는 “답답하고 어렵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같은 병과 싸우는 사람들과 또 다른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도, 이 역경을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 반드시 내 발로 서서 걷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뛰던 그는 31세였던 1984년에 FA 자격을 얻어 일본행을 택했다. 그때부터 요미우리의 유니폼을 입고 8년간 활약했다.
NPB 통산 779게임에 출전해 0.321-0.372-0.558(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했다. OPS로는 0.930이다. 30홈런을 넘긴 시즌이 3번이며, 합계 171개의 아치를 그렸다. 1989년에는 수위타자(0.378), 최다안타(166개), 출루율(0.449) 등 3관왕에 올랐다.
당시 그는 규정타석을 채운 시점에서 4할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남은 경기를 모두 결장해도 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출장을 강행했다. “팀이 우승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기록을 위해 그럴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그 해 요미우리는 일본 정상에 올랐고, 자신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늘 유쾌하고, 활달한 성격 덕분에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격정적인 캐릭터로 야구사에 남을 난투극(1987년 주니치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대중적인 인기 덕분에 외국인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맥주 광고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요미우리 계열인 스포츠호치의 조사 결과 ‘1980년 이후 가장 사랑받는 외국인타자’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승엽은 4위였다.
은퇴 이후에는 MLB 공식 홍보대사로 임명돼 일본 전역을 돌며 어린이 야구 교실을 열었다. 투병 중에도 “셋째 아들이 올해 4살이다. 이제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빨리 나아서 가르쳐야 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안타깝게도 고액의 치료비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열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절대 쓰러지지 않겠다. 응원해 주는 많은 팬들과 함께 반드시 일어나 도쿄돔에서 만세 삼창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