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타수 7안타 2홈런, 그리고 22타수 무안타.
스몰 샘플인 걸 고려하더라도 이쯤 되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만큼 극단적이다.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가 주자만 나가 있으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걸 또 한차례 입증했다.
오타니는 17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에서 4-0으로 앞서던 8회초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오타니 외에도 키케 에르난데스와 맥스 먼시가 홈런을 기록하며 8-0 대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다시 우세를 잡았다.
이번 가을 주자 유무에 따른 오타니의 성적 차이는 극단적이다. 주자 없을 때 22타수 무안타 성적을 보면 형편없는 부진에 빠진 거로 보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그렇게 무서운 타자가 또 없다. 홈런 2개를 포함해 9타수 7안타를 쳤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첫 네 타석 모두 주자가 없었다. 그중 3차례는 이닝 선두타자였다. 오타니는 3회 볼넷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출루에 실패했다. 1회 1루 땅볼, 5회 우익수 뜬공, 6회 심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8회, 윌 스미스의 볼넷과 에르난데스의 안타로 1사 1·2루가 됐다. 주자가 나간 타석에서 오타니는 달랐다. 2구 몸쪽 커터를 잡아당겨 오른 담장을 넘겼다. 아슬아슬하게 파울 폴 안으로 들어갔다. 비디오 판독을 거쳐 홈런 판정을 받았다.
오타니는 8회 3점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 기록을 세웠다고 MLB닷컴은 전했다. 정규시즌 마지막부터 이날까지 득점권 최근 20타수 17안타를 기록했다. 역대 그 누구도 득점권 20타수 동안 17안타를 때리지는 못했다.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1962년 다저스에서 뛰었던 프랭크 하워드다. 19타수 동안 16안타를 때렸다.
주자 유무에 따라 성적이 이렇게 극단적인데, 공교롭게도 오타니는 다저스의 붙박이 1번 타자다. 당연히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격하는 경우가 많다. 오타니를 당분간이라도 1번이 아닌 중심 타순에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타순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로버츠 감독은 “시즌 초에는 쇼헤이가 득점권 상황에서 못 친다고 걱정들을 했는데, 지금은 말이 달라진 것이 재미있다”고 웃었다. 적은 표본에서 나온 기록일 뿐이고 다분히 우연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도 4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볼넷 2개를 내주면서 6삼진을 잡았다. 토미존 수술만 2차례 받았던 뷸러는 지난 시즌 통으로 날렸고, 올해 복귀했지만 평균자책 4.02에 6승 3패에 그쳤다. 수술 전인 2022시즌 뷸러는 평균자책 2.47에 16승 4패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를 차지했다.
뷸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든 한 해였다. 지난 몇 년은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포스트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게 우선 목표였다”며 “그래도 지금은 뉴욕에 있고, 빅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이 되면 다른 모든 것들이 다 작게 느껴진다. 올 한 해 내가 겪었던 모든 실패가 다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