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환상적이었다."
메이저리그 110승 투수다운 관록을 보여줬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본인 빅리거 후배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완벽히 제압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다르빗슈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2구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10-2 완승을 이끌었다. 덕분에 샌디에이고는 1차전 5-7 역전패의 아픔을 딛고 시리즈 1승1패 균형을 맞추면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희망을 키웠다.
다르빗슈는 무려 7가지 구종을 고르게 활용하면서 다저스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했다. 스위퍼(17개), 슬라이더(16개), 커브(15개), 스플리터(12개), 직구(11개), 싱커(6개), 커터(5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공 82개로 무려 7이닝을 버텼다. 직구 최고 구속은 96.2마일(약 155㎞)까지 나왔고, 가장 느린 공이었던 커브 구속은 최저 72.6마일(약 117㎞)을 기록했다. 다양한 구종에 구속까지 자유자재로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게 주효했다.
다저스 타선의 핵심인 오타니는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오타니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자 다저스 타선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도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상위 타선에서 공격을 전혀 풀어주지 못했다.
오타니는 다르빗슈와 맞대결을 앞두고 "내 어린 시절 우상"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다르빗슈는 왜 그가 우상인지 증명하는 투구를 펼쳤다. 1회말 선두타자 오타니에게 1구 커터와 2구 커브를 터져 볼 2개를 떠안았지만, 3구 스위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4구 몸쪽 시속 94.8마일짜리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어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한번 더 헛스윙을 끌어내면서 삼진을 잡았다.
3회말 1사 후 2번째 맞대결에서도 다르빗슈가 웃었다. 다르빗슈는 철저히 변화구로 오타니의 타이밍을 뺏는 데 무게를 뒀고,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스플리터를 던져 1루수 땅볼을 끌어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타니와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다르빗슈는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터 등 다양한 구종으로 오타니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 풀카운트에서 6구째 커브로 투수 땅볼을 끌어냈다.
다르빗슈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오타니와 대결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집중력이 좋다고 느꼈고, 한 타자 한 타자 상대할 때마다 집중하려 했다. 2회에 조금 위기가 있긴 했지만,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타니가 내 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던지면서 살펴봤다. 오타니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던 것 같다. 오늘 밤에는 그 노력이 매우 잘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다르빗슈의 이날 투구를 되돌아보며 "환상적이었다. 오타니를 포함해서 상대 타자 모두에게 공을 잘 던져줬다. (혼란스러웠던) 7회까지 잡을 수 있도록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7회는 샌디에이고가 수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중단된 사태를 말한다. 다저스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와 샌디에이고 3루수 매니 마차도가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는데, 좌익수 수비를 나간 주릭슨 프로파가 관중석을 바라보며 팬들에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관중석에서 야구공이 날아왔고, 다저스 구장 경비 요원들은 외야수 프로파와 잭슨 메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마운드 쪽으로 들어오도록 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 성난 팬들이 진정할 때까지 '경기장 안에 물건을 던지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계속 내보냈다.
다르빗슈는 경기가 지연된 12분 동안 마운드에 앉아서 팬들이 안정되길 지켜봤다. 4-1로 앞서고 있었지만, 다르빗슈가 경기 중단 이후 무너졌다면 다저스로 분위기가 넘어가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다르빗슈는 조금 영향을 받은 듯 선두타자 에르난데스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다음 3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큰 타격 없이 임무를 마쳤다.
다르빗슈는 "이런 경험은 처음 해본다. 7회에 한 점도 주면 안 된다고만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점수를 내주면, 경기 분위기가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7회는 무조건 무실점으로 막는다고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르빗슈는 1-0으로 앞선 1회말에 나온 프로파의 환상적인 수비에 한번 더 박수를 보냈다. 1사 후 무키 베츠의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어갔는데, 프로파가 끝까지 글러브를 뻗어 뜬공으로 처리했다. 중계 방송에 홈런 자막이 나올 정도로 포구가 어려운 타구였는데, 프로파는 홈런 공을 잡으려는 다저스 팬들과 경쟁에서 이긴 뒤 그라운드에서 통통 튀어오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프로파는 미국 현지 중계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 평상 소원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홈런을 훔치고 싶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해냈다니 정말 엄청난 일"이라며 기뻐했다. 다만 팬들과 포구 경쟁이 달갑진 않았던 듯하다. 팬들을 응시하는 세리머니를 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 프로파는 "팬들과 타구를 잡기 위해 싸워야 했다. 그들이 내 글러브를 쳤다"며 자칫 놓칠 수도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르빗슈는 "나는 베츠의 타구가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속으로 '좋아, 이제 동점이야. 다시 한번 붙어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로파가 잡았더라. 행운이라 생각했다"며 "시리즈 1승1패 균형을 맞춘 것은 정말 크다. 원정에서 1승을 하고 홈에서 2경기를 치르는 것은 정말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며 시리즈 업셋을 달성할 수 있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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