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저를 들고 있어도 못눌러요!" 13연패보다 쓰리다, 감독은 왜 억울해 펄쩍 뛰었나

입력
2024.12.26 09:39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렸다. 3세트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어필하는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장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25/


[장충=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체 어떻게 누르라는건데. 왜 판독이 안되는거냐고요."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펄쩍 뛰었다. 상황은 성탄절이었던 지난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졌다. 꼴찌팀 GS칼텍스와 2위 현대건설의 경기. 세트스코어 0-2로 지고있던 GS칼텍스의 3세트. GS칼텍스가 16-15로 1점 앞선 상황에서 랠리가 이어졌다. 권민지의 공격을 양효진이 걷어냈고, 모마와 이다현을 거쳐 다시 정지윤이 때렸다. 포히트로 볼 수 있던 상황. 정지윤의 완벽한 공격이 성공한 직후 현대건설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16-16 동점이 됐다. 그때 GS칼텍스 벤치에서 부저를 눌렀다. 포히트에 대한 비디오 판독 신청이었다.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심은 '포히트는 미들랠리로 판독을 보기로 했다'는 설명만 반복했다. 이영택 감독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됐지만, 여전히 판독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저를 누르는 타이밍이 늦었다는 이유였다. 정지윤에게 공이 갔을때 더 빨리 눌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렸다. 선수들에게 박수는 보내는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장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25/


감독관들까지 잠시 논의를 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이영택 감독이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영택 감독은 언성을 높이고 펄쩍 뛰면서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팀 경고까지 받고 경기는 재개됐고, GS칼텍스는 3세트에서도 마지막에 무너지며 0대3으로 패했다. 13연패. 팀의 창단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경기 후 이영택 감독은 심판진과 해당 판정 관련 추가 설명을 듣느라 예정돼있던 미디어 인터뷰에도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

이영택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포히트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것이었다. 그런데 부심은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 정지윤이 히팅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반칙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들랠리를 끊을 수 없었다. 그 볼이 터치가 되고 심판은 그 전의 상황을 정상적인 플레이라고 보고, 공격 득점으로 시그널을 한건데 저희 벤치 입장에서는 터치가 된 상황이 포히트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부저를 누른거다.근데 볼 데드가 된 다음에 눌러서 미들랠리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바로 앞 상황까지 반칙이 아니었는데 대체 어느 타이밍에 부저를 누르라는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렸다. 3세트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어필하는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장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25/


터질 게 터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올 시즌 V리그에서도 세계 룰을 적용해 미들랠리 판독을 도입했는데, 이 '타이밍'이라는 게 상당히 애매하다. 랠리 중에 부저를 눌러 판독을 신청해야 하는데, 인간의 신체 반응이나 판단 속도에도 수초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 특히 미들랠리 판독을 신청했다가 실패하면 실점이 되는데,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걸리는 몇초 안에 이미 공격이 끝나고 볼데드가 돼버리는 이날 장충 경기같은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상대팀인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역시 "없었던 룰이 생겼다. 저희도 그런 상황(억울한)이 나왔던 경기가 두번 정도 있었다. 상대팀이지만 룰이 자꾸 바뀌다보니까 판독관들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집중해주시고 잘 봐주시면 좋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렸다. 3세트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어필하는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장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25/


이영택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심판실을 찾아가 질의했다. 이영택 감독은 "저에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안타깝다. 사후 판독을 하겠다'고 이야기 하신다. 대체 뭐가 안타깝나. 우리에게 사후 판독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답답해하며 "정지윤의 공격은 굉장히 잘 때린 공이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솔직히 심판도 포히트를 봤어야 하는거 아닌가. 심판이 포히트를 보고 있었다면 정지윤이 터치하는 찰나에 휘슬을 불었을 것이다. 그 잠깐의 순간은 제가 부저를 들고 있었어도 못눌렀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영택 감독의 답답함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면이었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지켜보는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장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25/


이영택 감독은 "부심도 '그게 맹점이긴 한데'라고 설명하셨다. 솔직히 판독해서 그 점수를 우리가 땄다고 한들 이겼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같은 상황은 충분히 받아주는게 맞지 않나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저희한테 '안타깝다'고 하시는데, 진짜 안타까운건가. 모르겠다.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이 안타깝다. 이런 맹점인데 규정이니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은 잘못된 대답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기는 경기였다면 모르지만, 이날 패배로 GS칼텍스는 13연패에 빠졌다. "우리 선수들은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감싼 이영택 감독은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장충=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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