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여자 프로배구에서 '포 히트' 비디오 판독 논란이 일었다. 즐거운 성탄절에 배구장을 찾은 팬들은 약 15분 동안 경기가 중단된 가운데 감독과 심판이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현대건설은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2024-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34-32 25-18 25-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논란의 장면은 GS칼텍스가 16-15로 앞서고 있던 3세트 중반 나왔다.
현대건설이 정지윤의 오픈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는데,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현대건설이 포 히트를 했다며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포히트는 한 개의 랠리가 계속 이어지는 과정, 즉 '미들 랠리'에서만 판독이 가능하도록 신설한 새 규정을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이 규정에는 맹점이 있다. 이는 세 번의 터치 후 정지윤의 마지막 공격으로 포 히트가 성립되는 순간부터, 그 공격이 점수로 이어져 랠리가 끝났던 짧은 시간에 버저를 울리고 판독을 신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영택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정지윤이 공격을 하기 전까지는 아직 포 히트가 아닌데, 반칙이 안 나온 경기를 미리 끊을 수가 있느냐. 도대체 언제 판독을 신청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면서 "(마지막 공격으로 랠리가 끝나기 전에 판독을 신청하는 건) 내가 버저를 손에 쥐고 있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심판으로서는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겠으나, 현실적으로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찾아가 질의했을 때는 비디오 감독관과 심판진도 '이해는 한다. 안타깝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 말도 이해할 수 없다. 사후 판독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답답하다. 진짜 안타까운 건 우리 선수들, 코치진, 그리고 팬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 팀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도 "없던 룰이 생긴 거라 어려움이 있다. 결국 타이밍 싸움이라는 건데, 감독 입장에서는 아쉽다. 심판과 판독관들도 더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냈다.
12연패를 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GS칼텍스는 안타까운 상황 속 억울한 패배로 더 고개를 숙였다. 3연승의 신바람을 낸 현대건설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 마음껏 웃지 못했다.
긴 시간 경기가 중단된 채 마찰을 지켜봐야 했던 팬들 역시 큰 피해를 봤다. 한 팬은 "심판이 경기를 다 망쳐놨다" 울분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미들 랠리 판독은 모든 과정이 다 끝나고 판독할 때보다 해당 장면을 찾는 게 수월해, 판독까지의 시간을 줄여 경기 속도감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어 운영본부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