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외인+수비수 3연탈' 어떻게 이렇게 무너지나...'3점 차 추격' 흥국생명 향방은?

입력
2024.12.21 12:54
흥국생명 선수단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15연승 타이가 깨진 것도 모자라서 연패에 빠졌다. 투트쿠 부르주의 빈 자리가 생각보다 너무나 컸다. 여기에 휴식이 짧은 일정 강행군도 경기를 어렵게 하는데 한 몫을 더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0-3(12-25, 21-25, 16-25)으로 패했다. 세트별 점수를 보면 확연히 드러나듯 2세트를 제외하면 접전도 아니었고 그마저도 2세트는 중반까지만 겨우 어깨를 비볐다.

개막 14연승을 달리며 무서운 기세를 뽐내던 흥국생명은 연패에 발이 잡혔다. 많은 구단의 발목을 잡았던 외인 이슈가 여기서도 터진 것이다.흥국생명 투트쿠가 현대건설전을 지켜보고 있다흥국생명 투트쿠

외인 투트쿠의 아슬아슬하던 왼쪽 무릎은 기어이 비상을 맞이했다. 그 전부터 기미가 있었다. 투트쿠는 지난 달 28일 GS칼텍스전에서도 같은 부위 통증으로 인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었다. 이후 경기에는 계속해서 나섰지만 짧은 리그 일정과 더불어 매 경기 선발 풀세트를 소화하는 과정이 문제였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무릎이 버텨낼 리 없었다. 투트쿠는 결국 정관장전 4세트를 끝으로 눈물과 함께 코트에서 물러났다.

트라이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내 V-리그 특성상 외인이 한번 이탈하면 대체 선수를 뽑기가 쉽지 않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옐레나의 대체로 활약했던 윌로우 존슨(미국)은 현재 미국 PVF리그 베가스 스릴과 계약하며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준수한 외인들은 대체로 미국 LOVB리그나 PVF리그, 튀르키예 등지로 빠져나갔다. 대체선수를 뽑는다고 해도 호흡 문제가 남아있다. 이렇다 할 외인 풀이 없어 한동안 부상 이슈에 시달렸던 타 구단과 비슷한 시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작전지시를 내린다현대건설 선수단

이 경기에서 아시아쿼터 선수인 피치가 어떻게든 꾸역꾸역 10득점(공격성공률 45%)을 올렸을 뿐 국내진은 모두 한 자리 득점에 멈췄다. 지친 김연경도 6득점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만들었다. 백업 아포짓 문지윤은 김다은과 교대로 출전했지만 현대건설의 공격 화력 앞에 애를 먹었다. 모마(11득점)가 어렵게 수십득점을 할 필요도 없이 고예림과 위파위가 반반 25득점 합작으로 흥국생명을 잡았다. 문지윤은 결국 5득점으로 물러났다.

블로킹 득점은 거의 없다시피해서 1-6으로 밀렸고 범실(12-18)은 현대건설보다 6개나 더 저질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주전 리베로 신연경까지 컨디션 난조로 인해 백업 도수빈이 이 날 코트에 섰다. 팀 디그 기록은 51-67로 현대건설보다 수비 화력도 좋지 못했다.현대건설 고예림흥국생명 이고은-김연경

17일 경기를 마치고 18, 19일 이틀을 쉬었다. 모든 구단이 마찬가지이나 흥국생명도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맞이했다. 3라운드에 접어들며 2~3일 가량을 쉬고 원정을 다녀야한다. 오는 24일은 한국도로공사의 홈인 김천에서 경기를 치른다. 직전까지 꼴찌 경쟁을 하던 도로공사는 아시아쿼터 타나차가 합류하며 어느정도 숨통이 트였다.

외인, 수비, 공격이 다 흔들리는 흥국생명은 다시 기약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리그 2위라고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빈 틈을 보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배구에 대해 논할 것도 없다"며 "이런 태도나 경기력으로 임해서는 안된다. 이틀 밖에 준비를 못했지만 변명이 안된다"고 잘라말했다.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또 "준비가 안 된 선수가 많이 뛰었다. 그동안 자신이 왜 출전하지 못했는지 선수들이 느꼈다"고 질타했다. 다만 흥국생명의 코트 위 양상은 대체로 풀주전이었다. 쓰던 사람만 썼다는 의미다. 훈련양이나 실전감각이나 백업과 주전 선수 간 격차가 확연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훈련 강도에 상관없이 실전에서 백업은 대체로 웜업존만 지켰다. 투트쿠의 무릎 상태는 사령탑이 가장 잘 알았겠지만, 쉴 틈이 없었다. 또 그간 현장에서는 김연경이 교체되어 잠시라도 마음 놓고 체력을 안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정관장전에서 3점, 현대건설전에서 3점을 내준 흥국생명은 이제 현대건설에 3점 차로 쫓기고 있다. 현재 14승 2패로 40점, 현대건설은 12승 4패로 37점이다.

한편 흥국생명은 오는 24일 오후 7시 김천에서 도로공사를, 오는 28일 인천 홈에서 GS칼텍스를 만난다. 이듬해 1월 첫째주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 후에 1월 7일부터 장충에서 4라운드(GS칼텍스전)를 재개한다.

사진= KOVO, MHN스포츠 DB<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MHN Sport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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