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이만한 설욕의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앞선 맞대결의 연패를 끊고 상대가 바라보는 대기록 달성까지 저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현대건설은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릴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규리그 3라운드 홈경기를 잔뜩 벼르고 있다. 거침 없는 상대의 상승세는 분명 큰 부담이지만, 그만큼 주목도가 높은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그 효과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절대 1강’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13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 원정경기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개막 14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2007~2008시즌 작성한 종전 구단 역대 최다 13연승을 넘어선 신기록이다.
흥국생명은 이제 여자부 단일시즌 최다 연승도 욕심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대건설이 2021~2022, 2022~2023시즌 달성한 15연승이 역대 기록이다. 다만 전제가 있다. 흥국생명은 우선 1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질 정관장과 홈경기를 잡아야 ‘15연승 타이’를 만들게 된다.
흥국생명이 15연승을 찍고 수원으로 향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건설로선 반드시 막아야만 자신들의 기존 기록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을 차치하고라도 한창 상승세의 라이벌에게 찬물을 끼얹지 못한다면, 올 시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맥없이 내줄 수도 있다.
1, 2위를 달리지만 실질적 격차는 상당하다. 흥국생명은 14연승으로 승점 40을 찍었고, 현대건설은 1경기를 더 치른 가운데 11승4패, 승점 34다. 정관장전에서 흥국생명이 승점 3을 오롯이 챙긴다면 승점 9점차로 더 벌어진다.
분위기와 흐름이 중요한 V리그에서 두 자릿수 승점차는 좁히기가 어렵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틈날 때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흥국생명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사실 흥국생명은 빈틈이 거의 없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탈리아)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힐 정도로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김연경-투트쿠의 쌍포에 정윤주의 알토란과 같은 활약, 탄탄한 수비까지 완벽에 가깝다. 현대건설도 1, 2라운드 맞대결에서 모두 1-3으로 패했다.
그래도 대항마로서 현대건설의 자격은 충분하다. 경기마다 기복이 있고, 간혹 불의의 패배를 당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 전력은 탄탄한 편이다. 외국인 주포 모마와 미들블로커(센터) 콤비 양효진-이다현의 활약은 변함이 없다. “앞선 만남을 모두 졌어도 경기력이 무너진 건 아니다. 기록도 걸린 대결이라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는 것이 강 감독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