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가 없다. 흥국생명이 개막 9연승을 질주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은 시즌 첫 연패에 빠졌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7 35-37 27-25 25-12)로 승리했다.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유일하게 개막 무패 행진 중인 여자부 선두 흥국생명은 승점 26점(9승무패)을 쌓아 2위 현대건설(7승3패·승점 21점)과 승점 격차를 더 벌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전 “우리는 하루하루 배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팀으로서 플레이하는 게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2위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현대건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동료들의 도움 없이 ‘에이스’ 김연경 홀로 정상에 오를 순 없었다. 올해도 흥국생명은 공수에서 ‘김연경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외국인 공격수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등록명 투트쿠),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 아닐리스 피치, 신예 날개 공격수 정윤주 등이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1세트는 흥국생명의 압승이었다. 투트쿠의 후위 공격으로 선취점을 뽑은 흥국생명은 이고은의 서브 에이스, 김연경의 블로킹으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살렸다. 반면 현대건설은 초반부터 격차가 벌어지자 당황한 듯 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무너졌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0-8까지 끌려가자 주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뺐다. 흥국생명은 정윤주, 김연경 등의 고른 득점에 힘입어 여유 있게 첫 세트를 가져갔다.
현대건설도 저력을 보여줬다. 현대건설은 직전 IBK기업은행과 경기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모마를 과감하게 제외하고 2세트를 치렀다. 모마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특유의 짜임새 있는 배구가 살아났다. 현대건설은 2세트 35-35까지 이어지는 듀스 접전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33-34 불리한 전황에서 양효진의 속공으로 동점을 만든 현대건설은 긴 랠리 끝에 김연경의 퀵오픈에 당해 34-35로 다시 끌려갔다. 위파위 시통의 오픈으로 다시 동점을 만든 현대건설은 투트쿠의 공격 범실과 위파위의 빈 곳을 정확히 노린 서브 득점으로 혈투의 마침표를 찍었다.
흥국생명은 3세트 초반까지 흔들리며 6-10까지 밀렸다. 김연경의 블로킹과 백어택으로 야금야금 쫓아간 흥국생명은 12-12에서 상대 공격 범실로 역전한 뒤 현대건설보다 20점 고지를 먼저 밟았다. 막판 상대의 추격으로 듀스를 허용했지만, 25-25에서 정윤주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고, 해결사 김연경이 송곳 같은 오픈 득점으로 중요했던 3세트를 따냈다. 4세트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신바람을 낸 흥국생명은 24-12에서 상대의 공격 범실로 경기를 매조졌다.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은 환호했고, 6014명 만원 관중의 함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김연경이 양 팀 최다 28득점을 올렸고, 정윤주(21점) 투트쿠(14점)가 두 자릿수 득점을 보탰다.
반면 현대건설에선 정지윤(15점), 나현수(14점), 이다현(14점), 위파위(13점) 등이 분전했으나 모마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며 화력 싸움에서 밀렸다. 앞서 21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던 현대건설은 이틀 휴식 후 만난 난적 흥국생명에 또 한 번 무릎 꿇었다.
남자배구에선 대한항공이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20 33-31 25-14)으로 완파하고 4연승을 달렸다. 단기 대체 외국인 공격수 막심 지갈로프가 양 팀 최다 24득점, 공격 성공률 62.50%를 기록했다. 승점 23점(7승3패)을 만든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7승2패·승점 20점)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OK저축은행은 마누엘 루코니 대신 영입한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가 3득점에 그치며 꼴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