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베테랑 세터 이민규, 아웃사이드 히터 송희채가 다시 코트 위에서 빛나는 호흡을 드러냈다.
이민규와 송희채는 20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2라운드 우리카드 원정 경기에서 교체 투입돼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먼저 이민규가 1세트 11-16에 투입돼 블로킹으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1세트 18-20에는 송희채가 차지환 대신 투입됐다. 후위 수비 그리고 24-23에서 직접 공격을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이민규와 송희채는 2세트부터 4세트까지 먼저 코트 위에 올랐고, 마지막까지 코트에 남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OK저축은행은 우리카드를 3-1(25-23, 20-25, 25-20, 25-23)로 꺾고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시즌 두 번째 승리였다. 2승6패(승점 7)로 6위 KB손해보험과 승점, 승수까지 같다. 세트 득실률에서 밀려 최하위 7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민규는 블로킹 6개를 성공시키며 7점 활약을 펼쳤다. 프로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이다. 송희채도 공격으로만 11점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은 21.43%, 공격 효율은 25%로 다소 떨어졌지만 리시브 효율은 73%에 달했다.
그동안 OK저축은행은 ‘젊은 피’ 세터 박태성, 정진혁, 강정민을 기용했다. 하지만 박태성이 편도선염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는 정진혁, 강정민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변수도 있었다. OK저축은행은 4연패에 빠졌다. 이날 우리카드전에서는 교체 투입된 이민규, 송희채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선발로 나선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와 차지환이 주춤했지만 교체 투입된 송희채, 신호진이 빠른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과 수비를 따돌렸다. 4세트 마지막 득점도 신호진의 후위공격 득점이었다.
올 시즌 선발 멤버는 아니지만 팀을 위기에서 구한 베테랑 이민규와 송희채다.
특히 이민규는 그동안 부상으로 인해 경기 출전 수가 적었다. 2021-22시즌에는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나야만 했고, 2022-23시즌 도중 전역 후 팀에 합류해 8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2023-24시즌 16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긴 시간 동안 코트에 남아있었던 이민규는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시즌이 길기 때문에 다음에 대한 준비를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같이 힘을 낸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 멤버들이 좋다. 좀 더 부지런히 한발 더 뛰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세터마다 토스 스피드, 타점, 토스웍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경기 초반에 들어가면 내 색깔을 빨리 입힐 수 있고, 마음이 편하다. 오늘도 1세트부터 들어가서 수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송희채가 “리시브가 좋았다”고 말하자, 이민규는 “리시브가 진짜 좋긴 했다. 상대 블로킹이 잘 보이는 리시브를 희채가 해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송희채는 “아니다. 다같이 했다”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송희채 역시 교체 멤버로 코트 위에 오르고 있다. 그는 “붙박이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어려운 감이 있지만 들어가면 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려고 한다”면서 “리시브 감각은 연습할 때도 나쁘지 않았다. 또 상대팀에서 강서브를 때리던 선수가 플로터 서브를 때리기도 했다. 디펜스 부분에서 자신 있었고, 잘 준비를 했던 것이 경기를 오래 뛰면서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OK저축은행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냉정했다. 이민규에 대해 “토스 퀄리티는 좋지 않았다. 토스 배분은 아직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랜 시간 이 팀에 있었기 때문에 공격수들과 콤비네이션이 다른 세터에 비해 유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B패스 보다 C패스가 나을 정도로 아직 불안정감이 있다. 선수한테도 전달하고 앞으로 더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블로킹은 좋았다. 키가 큰 선수이기도 하고, 상대는 레프트 공격이 많은 팀이라 블로킹 활약을 기대했다”고 평을 내렸다.
이에 이민규도 “경기 감각이다. 경기장 안에서 맞추는 것이 가장 좋긴 한데, 감각 자체가 공격수들과 타이밍이 떨어져서 손에서 망설이는 느낌이 많았다. 아직 5, 60% 밖에 안 돌아온 것 같다. 팀에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 잘 세팅이 돼있다고 생각한다. 리시브도 좋다. 세터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1992년생 동갑내기 이민규와 송희채의 조합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대 3인방’으로 불린 이민규와 송희채 그리고 현재 우리카드 소속인 송명근까지 2013년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 창단 멤버로 나란히 프로 무대에 올랐다. 2014-15, 2015-16시즌에는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일궜다.
이민규는 계속해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원클럽맨’이다. 송희채는 2018년 삼성화재로 이적한 뒤 우리카드를 거쳐 2023년에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둘의 호흡은 빛났다.
이민규는 “잠깐 떨어진 시간도 있었지만 믿음이 있다. 희채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어떤 상황에서 해줄 것인지를 알고 있다. 희채한테는 좀 더 공격적으로 토스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상대도 방어하기 힘들다. 또 그런 것을 잘 처리를 해준다. 편한 감이 있다”고 했고, 송희채 역시 “작년에 팀에 돌아왔을 때 다시 맞춘다는 생각에 옛날 기억도 나고 기대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민규가 부상으로 못 뛰어서 합을 못 맞춰서 아쉬웠다. 올 시즌에는 아직 초반이지만 코트에 못 들어가는 것은 비슷하다. 그래도 민규가 토스를 하면 자신 있다. 같이 들어가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 눈빛만 봐도 안다”며 서로를 향한 두터운 신뢰감을 드러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 그리고 또다시 올 기회를 잡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