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에 2023~2024시즌은 아쉬운 시간이었다. 2022~2023시즌 선수단 리빌딩의 종료를 선언하며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랐던 만큼 정상 탈환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창단 후 처음으로 개막 5연패를 당했고, 2라운드까지 2승(10패)에 그쳤다. 결국 최태웅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진순기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책임졌다.
다행히 추락은 계속되지 않았다. 4, 5라운드에서 4승씩 수확한 뒤 6라운드에서 더 높이 반등해 ‘봄배구’에 진출했다. 그러나 꿈은 금세 끝났다. 현대캐피탈은 OK금융그룹(현 OK저축은행)과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해 빠르게 시즌을 마쳤다.
프렌차이즈 스타인 최민호에게도 쓰라린 기억이다. 충남 천안의 클럽하우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분위기가 처음부터 꺾였다. 우리 위상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시즌이었다. (최태웅) 감독님이 책임을 짊어졌지만, 모두의 잘못이다”고 씁쓸해했다.
그래도 큰 위기를 겪으며 팀은 단단해졌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도 생겼다. 새 시즌은 출발부터 좋다. ‘프랑스 명장’ 필립 블랑 감독과 함께한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막을 내린 컵대회를 제패하며 재도약의 희망을 확인했다. 부주장 최민호의 공도 컸다. 결정적 순간마다 절묘한 속공과 블로킹으로 우승에 앞장섰다.
특히 반가운 점은 신임 사령탑과 ‘좋은 궁합’이다. 최민호는 “선수들과 스킨십을 좋아하는 분이다. 대화도 좋아하신다”며 “포지션별 미팅이 많은 편이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어떤 방향을 추구하는지 이해시킨다. 수비와 블로킹, 연결 등 기본을 강조하지만 자율성도 많이 부여한다. 감독 스타일을 따르기보다 ‘먼저 시도하고 도전하라’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다만 무조건 과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오늘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는 “팀 구성을 보면 성적을 내야 할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래도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 살짝 마음을 내려놓고 한 경기씩 치러가면 성과가 따를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는 최민호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조금 늦은 16세에 배구를 시작한 그는 학창 시절을 대부분 공격수로 보냈고, 프로 입단 당시의 포지션도 그대로였다. 그 후 팀 사정으로 미들블로커로 전환했는데 돋보이려 애쓰지 않았다.
최민호는 “큰 목표는 갖지 않으려고 한다. 명문 팀에 오래 뛰고 있는 것만으로 이미 행복한 선수다. 다만 마무리를 향한 지금은 별(우승)을 한 번 품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