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수는 처음 본다", '밀림의 왕' 레오를 움직인 호랑이 감독의 진심

입력
2024.02.13 15:00
레오와 오기노 OK금융그룹 감독. KOVO 제공


“이런 선수는 처음 본다.”

지난해 가을,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은 한 선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오기노 감독은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에 대해 “다른 외국인 선수 머리가 더 좋다”라며 타 팀 선수와 비교까지 했다. 해당 선수와 팀의 사기를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레오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화재에서 3시즌, 2021~22시즌부터 현재까지 OK금융그룹에서 3시즌 등 총 6시즌째 한국 프로배구에서 뛰고 있는 잔뼈 굵은 외국인 선수다. 강력한 파워로 내리꽂는 호쾌한 스파이크는 국내 선수들이 6시즌째 공략법을 파훼 중이지만 쉽게 막을 수 없다. 이 때문에 OK금융그룹은 레오의 의존도가 컸고, 득점 욕심이 강한 레오의 개인 성향도 맞물려 팀 자체가 레오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오기노 감독은 달랐다. 범실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배구를 강조하는 오기노 감독은 범실이 많아도 강한 공격을 선호하는 레오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레오의 과도한 공격 욕심까지 확인한 오기노 감독은 결국 정면 돌파를 택했다. 개인 플레이를 고집하는 레오를 경기에서 제외하고 공개적으로 혼을 내기까지 한 것이다. 

KOVO 제공


오기노 감독은 “머리를 쓰지 않는 배구를 하면 벤치에 있을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레오를 경기에서 뺀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라면서 “나는 팀을 우선시해야 한다. 팀의 케미를 해치면 누구든 빼야 한다”라며 강하게 나왔다. 강력하고 묵직한 경고로 레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오기노 감독은 선수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독불장군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숨은 노력이 있었다. 오기노 감독은 뒤에서 레오와 끊임없이 대화했다. 선수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하며 레오를 이해하고 설득하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오기노 감독은 “레오는 다양한 의미로 팀에 영향력이 큰 선수다. 엄격할 땐 엄격하게 이야기하고, 칭찬할 땐 더 칭찬하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돌아봤다. 

감독의 노력은 통했다. 레오가 달라졌다. 범실이 크게 줄어든 건 아니지만, 강공을 고집하는 모습이 없어졌다. 페인트 공격의 비중을 높여 상대의 허를 찔렀다. 레오는 4, 5라운드에서 60% 이상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고, 성공률이 높으니 레오가 원하는 공격 점유율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레오의 부활과 함께 OK금융그룹도 4라운드 6전 전승, 5라운드에서도 매 경기 승점을 쌓으며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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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도 오기노 감독의 ‘진심’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레오는 “내가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끝난 때였다. 그때 오기노 감독이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주더라. 그의 진심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레오는 “시즌 초반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였다. 나는 한국배구에 대해 익히 알고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오기노 감독의 배구 철학과 시각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라면서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감독의 진심과 노력이 레오를 움직인 것이다. 

감독과 선수 둘 중 한 명이라도 고집을 계속 피웠으면 팀은 여전히 하위권에서 표류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이 다가가고 한발 물러서며 서로를 수용한 덕분에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다시 봄배구를 꿈꾸는 팀으로 변모했다. 모든 갈등이 봉합된 지금, 오기노 감독은 이제 레오를 칭찬할 일만 남았다. 오기노 감독은 “레오는 지금 재밌게 배구를 하고 있다. 레오 덕분에 팀이 좋은 결과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달라진 레오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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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j0678
    레오가 영리하고 활약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12일 전
  • 빨강망또
    워낙 일본내에서도 정평난 감독이죠 모셔오길 잘 한 것 같네요 이정도는 해야 연봉값 하는건데 워낙 먹튀가 많아서 문제
    12일 전
  • dotori
    인종부터 문화까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이라 부딪힐 수 밖에 없었을텐데 훌륭한 명장 맞다 국대축구에 저런사람이 감독으로 와야하는데 하아..
    12일 전
  • hong
    감독님 멋지시다 우리 페퍼도 좀 바꿔주세요 엄격하면서도 자애롭게 대화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레오를 변화시키셨네요
    12일 전
  • kimj4
    머리 쓰는 배구를 해라 그렇지 않으면 벤치 신세될거다라는 반협박으로 개인플레이하는 레오를 팀과 협력하는 레오로 바꾼 명장ㅋㅋ
    1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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