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10년 뒤 마침내 사령탑…정경호 강원 감독 “늦게 핀 꽃이 오래 가죠” [쿠키인터뷰]

입력
2025.02.06 06:00
정경호 강원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예전에는 오히려 감독 욕심이 많았습니다. ‘일찍 꽃을 피워서 오래 가면 돼’라는 생각이었죠. 지금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늦게 핀 꽃이 더 길게 간다고 믿어요. 자신감은 충분합니다.”

정경호 강원FC 감독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코치 생활만 10년 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확언이었다. 2025시즌을 앞두고 강원 사령탑으로 부임한 정 감독은 5일 경남 남해군 남해스포츠파크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가오는 시즌 각오를 밝혔다.

축구계에서 지략가로 정평이 난 정 감독은 오랜 코치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감독으로 나선다. 2014년 울산대를 시작으로 2016년 성남FC, 2017~2019년 상주 상무에서 코치를 역임한 정 감독은 2020년부터 2년간 성남에서 수석 코치로 활약했다. 이후 2023시즌과 2024시즌에는 강원에서 수석 코치를 맡았다. 

지난해 강원이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기록하는 데에는 정 감독의 뛰어난 전술적 역량이 큰 역할을 했다. 중앙 미드필더였던 황문기를 우측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한 것도 정 감독의 아이디어다. 라이트백으로 변신한 황문기는 K리그1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정 감독은 양민혁과 이기혁의 맞춤 전술도 구상해 그들의 기량을 한껏 끌어올렸다. 

윤정환 감독을 대신해 새롭게 강원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은 “공격에 대한 경기 모델은 지난해와 같다.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은 선수 장단점에 맞춰 수정할 계획”이라며 “결국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유연하게 살려야 한다. 실점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고심 중”이라고 전술 운용을 밝혔다.

정 감독은 2022년 성남 수석 코치 재직 시절, 김남일 감독의 사퇴로 인해 감독 대행직을 수행한 바 있다. 당시를 돌아본 그는 “감독 대행 경험은 저에게 큰 자산이다. 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방향성이 정립된 시기다. 그때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며 “지금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저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자신했다.

정경호 강원 감독이 5일 경남 남해군 남해스포츠파크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건 기자

코치로만 10년을 보낸 정 감독은 언젠가부터 감독직에 대해 조바심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과거에는 ‘지금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았다. 돌아보면 준비되지 않았던 때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감독 욕심을 버리니 기회가 왔다. 감독으로서 저의 철학과 경기 모델을 갖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전보다는 훨씬 준비가 잘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옷을 비유로 든 그는 “지금은 옷을 그냥 찍어내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 맞춰 맞춤복을 입혀주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같이 한 번 일내자’라고 말한다. 부담보다는 재밌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선수들도 잘 따라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겪었던 경험을 잘 녹여내야 한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노하우가 생긴다. 그 노하우가 매뉴얼이 되고, 매뉴얼이 철학이 되는 것”이라며 “전 그 단계들을 잘 거친 지도자다. 확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 큰 실패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경호호의 목표는 명확하다.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팀을 만드는 점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정 감독은 “강원은 기복이 있는 팀이다. 기복을 줄이면서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 팬들이 좋아하는 팀 색깔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조직적으로 잘 어우러지는 팀을 만들어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남해=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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