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비엣찌/베트남)

겉에서 바라볼 때 아무리 유리해 보이는 대결이더라도,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당연한 진리다. 하지만 현지 미디어들의 기대감은 이 진리를 넘어서는 듯하다. 김상식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대량 득점 승리를 주문하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15일 밤 10시(한국 시간) 비엣찌 푸토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2024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B그룹 3라운드에서 인도네시와 맞붙는다.

1라운드 라오스 원정 경기에서 4-1로 대승한 뒤 1주일 동안 숨을 고르며 이번 인도네시아전을 준비한 베트남과 달리 상대팀인 인도네시아는 꽤 고단한 상황에서 대결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14일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미얀마 양곤→ 인도네시아 솔로→ 베트남 비엣찌를 오가며 1주일 동안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 선수들의 컨디션이 엉망이라고 말했다. "힘들어도 정말 힘들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인데, 실제로 이런 여정으로 경기를 치르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3-3 무승부로 끝난 라오스전도 녹초가 된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심지어 인도네시아는 대부분이 U-22 선수들이다. 가뜩이나 어린 선수들인데 지쳐 있으니 제 실력이 모두 나오기가 힘들다. 반면 베트남은 앞서 언급했듯이 1주일 동안 비엣찌에서 전력을 재정비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경험이 풍부한 A대표팀이 대회에 출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결에서만큼은 베트남이 우위라고 말했고, 김상식 감독도 인도네시아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질문이 나왔다.

그런데 김상식 감독의 기자회견 중 김 감독의 신경을 긁을 만한 질문이 나왔다. 상황이 이런 만큼, 그냥 승리는 부족하고 다득점 승리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조 1위 싸움의 향방이 걸린 대결인 만큼 사실 다득점보다는 승리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경기인데 인도네시아가 힘든 처지에 놓인 만큼 1-0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이 담긴 질문이었다.

김 감독은 "승리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축구에서 한 골을 만들어내는 게 정말 힘들다. 인도네시아가 체력적으로 좋지 않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 밖에서 볼 때 약하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그래도 상대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거기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원론적이면서도 승리에 집중해야 할 베트남의 상황을 잘 담아 반응했다. 하지만 그냥 이겨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는 김 감독에게 꽤 압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 감독을 향한 베트남의 기대감이 굉장히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사실 베트남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 체제를 겪으면서 FIFA 랭킹이나 각종 대회에서 크게 하락세를 경험한 상태라 팬들을 열광시킬 만한 결과가 절실하다. 대회 전에는 이번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에서도 최소한 결승은 가야 한다는 주문이 베트남축구협회(VFF)에서 들어가기도 했다. 스코어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좋은 경기와 결과는 분명히 가져와야 할 김 감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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