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또다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6차전을 치러 팔레스타인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조 1위(승점 14)를 지키기는 했지만 2위권과 격차를 확실히 벌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국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오세훈이 최전방을 책임졌고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이 공격을 지원했다. 박용우와 황인범이 중원에 위치했고 이명재, 김민재, 조유민, 설영우가 수비라인을 구축했으며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벤치에는 김경민, 김문환, 백승호, 주민규, 정우영, 이창근, 이기혁, 정승현, 홍현석, 배준호, 권경원, 오현규가 앉았고 김봉수, 이태석, 이현주는 이번 경기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은 4-4-2 전형으로 맞섰다. 자이드 쿤바르와 오데이 다바그가 투톱으로 출격했고 타메르 세얌, 아미드 마하즈나, 호나탄 칸티야나, 오데이 카루브가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카밀로 살다냐, 야세르 하메드, 미켈 테르마니니, 무사브 알바타트가 수비벽을 쌓았고 라미 하마데가 골문을 지켰다.
석연찮은 장면이 한 차례 나왔다. 전반 5분 설영우의 패스를 이재성이 받으려는 과정에서 하메드에게 발을 밟혀 넘어졌다. 경우에 따라 페널티킥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주심이 관대한 성향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에 충격적인 실점을 당했다. 전반 12분 수비에 둘러싸인 김민재가 조현우에게 패스를 하려다가 너무 약하게 공을 찼고, 쿤바르가 슬라이딩 태클로 먼저 공을 가로챈 뒤 침착하게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명백한 실책성 플레이였다.
한국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전반 16분 손흥민이 좋은 뒷발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했고, 이명재와 이재성을 거친 공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정확히 공급됐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왼쪽에서 오른쪽 골문 안으로 공을 밀어넣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A대표팀에서 51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황선홍(50골)을 넘어 대표팀 역대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이 역전을 위해 움직였다. 전반 25분 이명재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세훈이 좋은 위치선정을 통해 머리를 갖다댔다. 공은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지만 팔레스타인 밀집 수비를 파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다. 이어진 상황에서는 이강인이 멀리서 찬 공을 이재성이 떨궈놨고, 오세훈이 시도한 슈팅이 수비를 맞고 바깥으로 나갔다. 전반 30분에는 손흥민이 먼 거리에서도 과감하게 직접프리킥을 시도했고, 하마데가 이를 침착하게 옆으로 쳐냈다.
한국이 계속 밀어붙였다. 전반 37분 왼쪽 이명재로부터 시작된 공격이 손흥민, 오세훈, 이재성을 거쳐 이강인에게 전달됐고, 이강인이 곧바로 시도한 슈팅이 수비를 맞고 굴절돼 하마데가 겨우 쳐냈다. 손흥민과 이명재의 잇단 슈팅은 득점이 되지 않았다. 전반 39분에는 설영우가 훌륭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침투패스를 내줬고, 이재성이 달려든 뒤 공을 접으려 시도했으나 팔레스타인 수비가 집중력 있게 이를 막아냈다. 전반 44분 손흥민이 페널티아크에서 시도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은 하마데 정면으로 갔다.
한국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전반 45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패스를 보냈고, 오세훈이 한 번 치고 나간 뒤 슈팅하려 했지만 알바타트가 한 발 앞서 공을 바깥으로 걷어냈다.
전반 막판 한국이 아슬아슬하게 실점 위기를 넘겼다. 전반 추가시간 4분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하메드가 떨궈놨고, 오른쪽 골대 쪽에 있던 다바그가 슈팅을 시도했는데 조현우가 각도를 잘 좁힌 다음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다행히 다바그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고, 그대로 전반이 종료됐다.
후반 시작부터 좋은 공격 움직임이 나왔다. 후반 1분 손흥민과 이재성이 환상적인 2대1 패스를 통해 팔레스타인 수비를 벗겨냈지만 손흥민의 마지막 터치가 제대로 맞지 않아 득점 기회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전반 3분 박용우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시도한 감아차기 슈팅은 하마데가 잘 따라가 쳐냈다.
한국이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후반 7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감아올린 크로스를 오세훈이 뒤로 잘 떨궈놨고, 황인범이 안쪽으로 파고들었으나 수비 방해로 제대로 된 슈팅을 하지는 못했다. 후반 8분 설영우의 로빙패스에 이은 이재성의 크로스는 수비와 골키퍼를 연달아 맞고 나갔고, 후반 9분 설영우가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시도한 크로스는 하메드가 머리로 걷어냈다.
한국이 약속된 세트피스 전술을 보여줬다. 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짧은 패스로 공을 주고받은 뒤 기습적으로 골에어리어와 페널티아크 사이로 공을 보냈고, 돌아나온 이강인이 곧바로 시도한 왼발 슈팅은 수비를 맞고 바깥으로 나갔다.
팔레스타인이 먼저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15분 칸티야나를 빼고 모하메드 라시드를 넣었다. 한국도 후반 19분 오세훈을 불러들이고 주민규를 투입했다.
팔레스타인도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 20분 가로채기를 통해 역습을 전개했고, 다바그가 수비가 없는 옆쪽으로 내준 공을 마하즈나가 크로스로 연결했다. 다만 세얌이 확실히 잡아내지는 못하면서 제대로 된 슈팅을 하지 못했고 이명재가 최종적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팔레스타인이 또 한 번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25분 다바그가 세얌과 2대1 패스를 통해 순간적으로 한국 수비를 뚫어냈고, 넘어지는 상황에서도 마무리 슈팅을 가져갔으나 공은 골문 위로 날아갔다. 후반 26분 다시금 가로채기로 역습을 전개했고, 세얌이 올린 크로스를 쿤바르가 포기하지 않고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이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27분 이강인과 이재성을 빼고 오현규와 배준호를 넣었다. 주민규와 오현규 투톱을 가동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한국이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36분 황인범이 먼곳에서 정확하게 보낸 롱패스를 손흥민이 이어받아 하마데를 뚫어내고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무산됐다.
팔레스타인은 후반 44분 쿤바르를 불러들이고 하산 알라딘을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45분 설영우를 빼고 김문환을 넣으며 마지막 교체카드를 활용했다.
팔레스타인은 교체를 통해 중앙을 두텁게 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이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등 분전했으나 팔레스타인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저작권자 Copyright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