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KFA 다시 비판 "사람들 분노 이해해야…변화가 없고 일관적이다" [일문일답]

입력
2024.11.08 18:37
수정
2024.11.08 18:37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현기 기자) 지난 2005년 세계적인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단하며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가 되고, 맨유에서 7년,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1년 등 총 8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최근 행정 난맥상 및 정몽규 회장의 무능 논란 등으로 국민들과 축구팬 외면을 받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다시 한 번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은 8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 WI 컨벤션에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JS파운데이션의 2024 제13회 JS 파운데이션 재능학생 후원 행사를 치르고 엑스포츠뉴스 등 국내 8개사 취재진과 만나 최근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현재 상황만으로 많은 이에게 신뢰감을 잃은 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지성은 이어 "신뢰를 회복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그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이 문제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다.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대한축구협회 국정감사를 두고는 "전체적으로 다 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언론사에서 정리한 것들을 봤다. 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또 이해가 안 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나 역시 느꼈다"며 "과연 이것이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떠도는 것 같다"고 답변, 축구계에 오래 몸 담았던 자신도 지금의 난맥상이 어떻게 해결될지 스스로 물음표를 던졌다.

박지성은 최근 공식 석상마다 정 회장이 이끄는 대한축구협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문화행사에서 정몽규 회장의 사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당시 박지성은 "장기적으로는 협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정 회장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지성은 이날도 "행정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결국 그런 일을 잘할 사람, 정직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 회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행정 난맥의 주요 책임자로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 압박을 받고 있다.

박지성은 대한축구협회 외에도 손흥민의 거취, 곧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단하는 양민혁에 대한 조언 등을 프리미어리거 1호 답게 차분히 정리해서 답변했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JS 파운데이션 재능학생 장학사업 행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매년 이 자리에 오게 되는데 항상 올 때마다 어렸을 때 차범근 축구상을 받았던 일이 생각나는 것 같다.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했을 시기에 '과연 나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날은 '열심히 하면 내 꿈을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 날이라는 기억이 있다.

오늘 행사에 참석한 친구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전달되면 좋겠다. 또 이 행사를 통해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일들을 정말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조금의 확신이 생기고, 그들이 그 꿈을 이룬 뒤에 같은 꿈을 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좋은 마음을 전달하길 바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한국 축구에 대한 쓴소리를 했는데 지금은 어떤 마음일까.

(7월과 비교해) 솔직히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특별히 변한 게 없어서 어떻다고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가 어떻게 끝나는지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결국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일이 어떻게 끝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끝난 시점부터 어떻게 바꿔갈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상황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신뢰를 잃은 건 사실이다. 그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한축 축구가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결국 이 문제가 먼저 확실하게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출발 시점에서 본인의 역할을 기대해도 될까.

내가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결국 협회도 행정을 하는 곳이고, 그 행정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 사람들을 잘 매니징(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누가 됐든, 어떤 사람이 됐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과 정직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국정감사는 봤나.

국정감사를 전체적으로 다 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언론사에서 정리한 내용들을 봤다. 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왜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지를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이번 일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떠도는 것 같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당성을 주장해 문체부, 국회와 대립 중이다. FIFA는 자율성을 지켜줘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FIFA나 AFC(아시아축구연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솔직히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당연히 이 사안에 대해 관여하고 싶지 않을 거고, 그래서 원론적인 답변만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누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협회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

-협회 내부에서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FIFA나 AFC에서 얘기하는 건 누군가에 의해서 협회 회장이나 대표팀 감독이 바뀔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때(7월)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솔직히 없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일관적인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솔직히 모르겠다.

-얼마 전 (게임회사 주최 친선경기) 아이콘 매치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뛰었는데 박지성의 교토 상가 유니폼을 입은 팬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단 경기장에 나섰다는 걸 많은 팬들이 기뻐해 주셔서 현역 은퇴를 미뤘어야 되는 게 아닌가 했다. 당시에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해서 더 오래 현역 생활을 했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깜짝 놀랐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무릎 상태를 보고 앞으로라도 무언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안드레아 피를로와 계속 같이 다녔는데 우연인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피를로 선수가 뛸 때 내가 들어갔다. 그 전에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에서 이런 일 때문에 많은 팬들이 좋아해줬다는 얘기를 들었고, 선수로 기꺼이 다시 나와서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데 동의했던 것 같다. 경기장 안에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부분들이 고맙다. 한국 팬들에게 다시금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일을 경기장 안에서 만들 수 있도록 흔쾌히 도와줘서 감사하다.

-당시에는 박지성, 이제는 손흥민의 은퇴를 걱정하는 팬들도 많은데.

본인의 의사 결정은 분명히 하겠지만, 나와는 다른 상황이다. 나는 무릎이라는 상당히 큰 문제가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렸지만 손흥민 선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간 선수가 보여준 모습들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결국 언제, 어느 시점에 무슨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따를 준비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팬들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행복하게 축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손흥민의 재계약 관련해서도 말이 많은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여기(국내)서 다루는 기사 내용들이 다 현지 기사를 갖고 와서 쓰기 때문에 현지나 여기나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가 영국에서도 워낙 유명한 선수이다 보니 기사를 만들어내는 게 분명히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이 얼마만큼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는지, 또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단지 부상 없이 계속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행사가 거듭될수록 상을 받는 학생들이 다양해지고 달라지는 것 같은데.

신체조건들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고등학교 선수들만 나보다 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중학교 선수들도 나보다 큰 선수들이 많다. 물론 키카 큰 종목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체격 조건이 상당히 좋은 걸 느끼면서 점점 신체적인 조건들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또 매년 보면 운동선수들이 다 조용한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조금은 더 활달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이게 한국의 문화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운동선수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더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민혁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손흥민은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이미 실력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토트넘이 영입을 결정하고 결국 합류하게 된 거다. 실력적으로 검증할 필요는 없겠지만 결국 현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소통하고, 어떻게 영국 축구를 받아들이는지가 문제다.

당장 합류해서 경기에 출전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결국 어떻게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지가 중요하다. 임대를 갈 수도 있고, 팀에 남을 수도 있지만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경기장에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의사소통이 필요한 게 경기장 밖에서 마음이 편안해야 안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재단 이사장, 한국 축구 레전드, 행정가, 축구인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목표가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어떤 거리낌 없이 가장 행복하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이 행사를 할 대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그 외적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당연히 행정적인 일이 아무나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거를 얼마나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는 나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아내의 SNS 게시글이 화제가 됐는데.

나한테 얘기하고 SNS에 글을 올리는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아내가 갖고 있는 재능 중 가장 부러운 부분이 글을 쓰는 능력이다. 글로써 이야기하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고 생각해 책을 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보고 공부가 된다.

나는 아직 한강 작가의 책을 못 읽었다. 근데 와이프는 읽어서 그런 부분을 이야기를 해줬다. 와이프가 지금 재능을 썩히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다.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수원, 김현기·김환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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