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김판곤 감독이 시즌 도중에 부임했다. 출발은 다소 뒤처졌지만 결국 뒤집어내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대표팀 업무와 다른 클럽 팀 감독 스케줄에 상당히 지치고 고단했지만, 모든 걸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다.
울산은 1일 오후 7시 30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에서 강원FC를 2-1로 제압하고 구단 역사상 첫 리그 3연패를 해냈다. 울산은 승점 68점을 획득해2위 강원(승점 61점)과 승점 차이를 7점으로 벌리며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조기 리그 우승을 확정하게 됐다. 3연패를 달성하면서 리그 역사상 3번째 3연패 팀에 이름 올렸다.
팽팽했던 0의 균형은 울산이 깨트렸다. 루빅손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강원 골망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루빅손의 핸드볼 판정 여부에 비디오 판독(VAR)이 길어졌다. 8분 가량 온 필드 리뷰를 봤던 주심은 루빅손의 득점을 인정했다.
울산은 후반전에도 1골 리드를 앞세워 여유롭게 운영했다. 김판곤 감독이 늘 강조하던 전반·후반 15분 안에 추가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주민규였다. 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이청용의 크로스를 깔끔하게 밀어넣어 울산에 완벽한 승기를 안겼다.
강원의 추격도 만만하지 않았다. 후반 14분 이상헌이 박스 근처에서 툭 밀어차는 '로빙 원더골'로 울산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 골키퍼도 손을 쓸 수 없는 궤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골이었다.
위기는 있었지만 시간은 울산의 편이었다. 강원의 반격을 막아낸 끝에 1골 차이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김판곤 감독은 "선수들이 침착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 지도자 생활은 지하 10층이었던 것 같다. 한 13시간 이상 일을 했던 것 같다. 우리 코치들도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김판곤 감독 일문일답]
경기 소감
"오늘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또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하고 여러 가지 경험 좋은 경험들을 가진 선수였기 때문에 아주 침착하게 여러 가지 오늘 결단력 있는 모습들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울산 최초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영광이다. 제가 지도자 생활하면서 지하 10층에서 시작한 것 같다. 늘 이런 기회들을 기다렸다. 26년 동안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울산 HD에서 불러줬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회를 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렇게 또 좋은 선수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영광이었다. 반드시 우승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3년 연속 우승을 바라보는 팀인데, 반드시 우승을 해야 된다는 그런 부담감이 많았다. (우승을 해서) 너무 기쁘다. 여러 가지 도와준 선수들에게도 감사하고 우리 코칭 스태프들과 지원 스태프들 구단에도 상당히 감사하다."
3연패 위업을 달성했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지?
"감독 생활 기간에 이런 케이스가 많았다. 중간에 소방수로 좀 많이 들어갔고, 대표팀을 하면서도 훈련을 많이 못하고 딱 준비하고 바로 경기 치르는 그런 케이스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신감을 가지고 울산에 왔다. 처음에는 기대도 되고 자신감도 넘치고 선수들하고 일을 하면서 좋은 면이 많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참 쉽지 않은 부분이고 특히 아마 5점 차이 이상 났던 승점을 뒤집고 선두를 유지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 참 어려운 경험이었다. 최근 한 지난 한 달 정도는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무슨 선택을 한 건가 하고 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 왜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한 건가 그런 후회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스스로 싸워서 이겨나가야 됐다. 누가 나를 도와줄 수도 없다. 내가 운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늘 감독의 말을 신뢰해 주고 따라주고 했던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대표팀 감독을 오래했었는데, 클럽 팀 사이클과 업무를 경험했다. 어떤 점이 차이였나
"사실 대표팀은 너무 매력적인 자리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자리다. 대표팀에서는 정말 준비를 잘하고 경기를 치르고 나서 그다음에 충분하게 회복하고 휴식하고 충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클럽 팀에 와 보니까 일의 양이 너무 많았다."
"한 13시간 이상 일을 했던 것 같다. 우리 코치들도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일의 양이 너무 많았고 매주 경기를 해야 됐다. 결과에 대해서 감독에게 곧바로 피드백이 왔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와 같이 치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ACL 시작이 너무 안 좋았다. 팬들께서 많이 실망하는 모습도 봤다. 여러 대회를 같이 치르고 일의 양도 많은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김판곤 감독의 어떤 리더십이 팀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됐을까
"글쎄요.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막상 와보니 전임 감독께서 팀을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선수들 성품이 상당히 좋았다. 어떤 직업 정신이나 팀이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울산에 부임했을 때 상당히 안정이 됐었다. 손댈 부분이 많이 없다. 전술적으로 정말 내 색깔을 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어찌 됐든 내 색깔대로 한번 가겠다고 결단하는 그게 좀 힘들었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경기 접근 방식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선수들이 내게 확신을 줬고 그 부분에 있어서 흥미를 느껴줬다. 나중에 어떤 선수에게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흥분이 됐다. 스트레스들을 잘 극복하려고 또 스스로 기도도 많이 하고 그런 시간들을 좀 많이 가지기도 했다."
우승을 하는데 어떤 선수가 많은 기여를 했을까
"골키퍼는 골키퍼대로 잘해줬고 주장은 주장대로 또 잘해줬다. 노장들은 노장들의 역할을 아주 잘해줬다. 공격수들은 공격수들대로 역할을 다 잘해줬다. 그래서 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모두에게 감사하다"
내년에는 클럽월드컵을 나가는데?
"울산에 부임하는데 큰 동기부여 중 하나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였다. 상당히 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와 클럽월드컵 포맷이 바뀌고 했다. 우리 쪽에서도 외국인 쿼터나 여러 가지에서 다른 리그보다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과연 클럽월드컵에 참가할 전력이 될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무조건 나가는데 들뜨는게 아니라 준비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비전이 있을텐데, 팬들의 우려는 '고령화'다.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많은 선수는 선수대로 장점이 많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구단은 구단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노쇠화를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 90분 동안 얼마든지 통제하고 지배하고 있다. 실점률도 제일 적고 여러 가지 기동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제가 보니까 평균 11km 가까이 뛰고 있다. 하이러닝 스피드도 보니까 상당히 높다. 리그에서 아마 상당히 높은 수준의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연령보다는 어떤 생각과 직업 정신, 열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현우가 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했는데, MVP로도 선정될 수 있을까?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현우가 그렇게 선방하는 건 일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경기에서 어려움이 왔을 떄 훌륭하게 해줬다. 우리 팀에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조현우에게 고맙고 모두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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