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태에서 좋은 잔디 심은들 소용 없다” 축구장 잔디 관리자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무엇?

입력
2024.10.21 16:27
수정
2024.10.21 16:27


“이런 상태에서 좋은 잔디를 심은들 무슨 소용 있나. 잔디 관리를 위한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축구장 잔디 관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관계자들 말이다. 프로축구단, 시설관리공단(도시공사) 관계자들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잔디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현재 관행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지방체육회·축구협회, 시설관리공단, 축구단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축구장 잔디 관리는 대부분 시설관리공단이 맡는다. 이곳은 지자체 산하 다양한 시설을 관리하는 공공 조직이다. 가능한 한 사용횟수를 줄이려고 하고, 짜인 예산과 규정에 따라 소극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장 잔디를 직접 관리하는 구단은 인천, 천안, 대전, 포항 등에 머문다.

모 프로구단 관계자는 “잔디 교체만으로는 관리가 어렵다”며 “잔디 관리를 위한 통합적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잔디는 섭씨 20~25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폭염, 폭우에서는 송풍기, 에어컨 없이 잔디 온도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인사도 “우리나라에 심은 잔디는 잉글랜드에서처럼 세계 최고 수준 잔디”라며 “기술력, 인력, 자본력 없이 좋은 잔디를 심기만 하는 건 사실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일본, 서남아시아는 축구장 건축 때부터 배수, 통기, 채광 등을 고려한다. 경기장 바닥에 보일러처럼 관이 깔려 있어 냉수 또는 온수를 흘려보낸다. 서남아시아 축구장은 개폐식 지붕에 에어콘까지 구비돼 있다. 첨단 시설, 적극적인 투자 없이 잔디 관리자들만 비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천안종합운동장은 3년 전 잔디가 새로 깔렸다. 대관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적극적이면서도 전문적인 행정 덕분에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천안종합운동장을 관리하는 최규영 반장은 “비료를 많이 주면 병이 생기기 쉽지만 위험성을 무릅쓰고 잔디 밀도를 높이기 위해 봄철에 비료를 많이 준다”며 “잔디는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깊이 내리지 않는다. 잔디는 말려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에는 무더위에 상대적으로 강한 품종이 심어져 있다. 대신 색깔이 파랗지 못한 게 흠이다. 최 반장은 “뿌리가 20㎝는 돼야 한여름에도 견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대부분 축구장 잔디 뿌리는 5㎝ 안팎에 머문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이미 심어진 잔디도 금방 패이는데 새로 심은 잔디가 힘이 있겠느냐”며 “이런 상태에서는 수시로 보식해도 눈에만 좋게 보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관리법은 △잔디 사용 최소화 △한여름 시즌 중단 △훈련구장 마련 등이다. 경기장 대관을 축구단이 직접 하는 인천 구단 염의택 팀장은 “우리는 축구 이외 대관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다른 대관도 좌석에서 하는 행사가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최규영 반장은 “천안에는 천연잔디구장만 4개면이 있다”며 “축구팀은 경기 전날 또는 경기날만 천안종합운동장을 쓴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7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 한달 반 동안 경기를 중단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며 “혹서기, 혹한기 경기 일정 조율 등 전반적인 시즌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도 홈구장 사용만 고집하지 말고 잔디 관리를 위해 많은 부분 양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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