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스쿼드 확장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얻은 의미 있는 성과다.
홍명보호는 지난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4차전에서 3-2로 승리, 3연승과 함께 3승1무를 기록하며 B조 선두로 올라섰다.
특히 이번 소집에선 손흥민(32·토트넘), 황희찬(28·울버햄튼), 엄지성(22·스완지)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배준호(21·스토크), 오현규(21·헹크), 오세훈(23·마치다 젤비아) 등 젊은 선수들의 가세에 힘입어 B조 최대 라이벌과의 2연전을 모두 잡았다.
이로써 한국은 기존 주축 선수에 더해 새로운 선수들까지 대표팀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만약 손흥민 등 몇몇 선수가 빠졌다고 그 공백이 크게 드러났다면, 흐름이 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잘 이겨냈다. 이를 통해 홍명보호가 얻은 게 많아졌다"는 견해를 냈다.
그러면서 "11월엔 손흥민, 황희찬, 엄지성이 다 돌아오고 경험치가 늘어난 배준호, 오현규, 오세훈까지 가세한다. 누가 주전일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러면 감독은 선수 선택 옵션이 늘어나고,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으로 팀 내 엄청난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 월드컵 본선까지 긴 호흡을 가져야하는 한국 축구의 상황과 맞물리면 더욱 값지다.
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 본선행을 이뤄야 하는 건 물론,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준비도 함께해야 한다.
현 시점 최고의 전력으로 결과를 내는 것에 더해, 2년 뒤에 열릴 월드컵에서 실력이 절정에 오를 선수들을 미리 키우는 두 가지의 '시계'를 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 기자회견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도 미래지향적 팀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만약 손흥민 등 몇몇이 빠졌을 때 전력이 확 떨어졌다면 계속해서 그들만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주축들의 폼이 2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그래서 젊은 선수들이 일찍부터 팀에 녹아든 건 매우 큰 수확이다. 이들은 자신감을 얻었으니 앞으로 몇 개월 동안에도 확확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선수들이 대표팀 문을 두드리게 된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5년 만에 돌아온 이승우(26·전북)를 포함해, 문선민(32·전북)과 권혁규(23·히버니언) 등 대표팀서 다소 멀어졌던 선수들도 부름을 받았다.
홍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7일 해외 출장길에 올라 이영준(21·그라스호퍼), 원두재(27·코르파칸) 등 그동안 대표팀 주축이 아니었던 다른 선수들까지 직접 체크, 외연 확장을 준비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이제 선수들 사이에선 소속 팀에서 잘하면 누구든, 언제든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면서 "이는 대표팀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전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 본격적인 원톱 경쟁에 합류한 오세훈은 "홍명보 감독님이 소속 팀에서 계속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돌아가서도 더 발전할 방법을 찾고 열심히 준비해 11월에 다시 대표팀에 오고 싶다"고 했다.
한편 요르단·이라크전을 마치고 소집 해제한 홍명보호는 11월 다시 소집, 11월 14일 쿠웨이트, 19일 팔레스타인과의 원정 2연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