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김아인(용인)]

사상 첫 월드컵 3차 예선이 치러졌던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정말 잔디만 좋았다. 앞으로도 많은 메이저 경기가 치러지기 위해서는 환경 개선은 필수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에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3승 1무(승점 10)로 단독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유독 변수가 많았던 이라크전에서 관심이 집중된 건 미르스타디움 개최였다. 지난 9월 팔레스타인전 무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잔디 문제로 이번 이라크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홈 경기장 변경에 나섰다. 폭염 탓에 국내 경기장 대부분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해 비교적 가장 나은 곳을 찾았고, 3차 예선을 치를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는 곳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전이 열리게 됐다.

한국은 국내 최상의 잔디 상태에서 이라크전에 임했다. 오세훈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오현규, 이재성까지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3골을 터트렸다. 이라크가 2골을 넣으며 따라붙었지만 승리로 마무리했고, 요르단전에 이어 이번 10월 3차 예선 2연승으로 단독 선두 자리를 견고히 했다. 손흥민, 황희찬의 부재에도 젊은 자원들의 활약과 선수들이 하고자 했던 플레이들이 통하면서 승리를 얻었다.

낯선 홈 경기장이기에 유럽파는 물론 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컨디션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다행히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중동 잔디와는 조금 다르지만 내일 경기를 앞두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적응 잘 하겠지만 경기에 있어 크게 지장 없는 거 같다"고 밝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조유민은 "자세히 보면 칠한 부분 같은 게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 좋은 잔디여서 다행이었다"고 평했다.

경기력과 결과까지 잡으면서 2연전을 잘 마쳤지만,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첫 남자 대표팀 A매치에 따른 우려가 컸다. 용인 외곽에 위치한 미르스타디움 주변에는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다. 또 경기를 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오려면 배차 간격이 오래 걸리고 많은 노선이 다니지 않는 버스나 1량으로 된 작은 경전철 에버라인을 이용해야 했다.

여기에 경기장 주차장은 900대 남짓 수용 가능해 경기 당일 VIP나 관계자 등을 제외하면 일반 축구 관람객들은 주차가 불가했다. 취재기자들도 이날 자차를 이용하면 인근 절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는데 경기장으로 바로 향하는 입구는 혼자 들어가기엔 다소 섬뜩한(?) 터널이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주변 도로와 인도도 좁아서 경기 당일 만원관중이 운집하면 혼잡한 상황과 교통대란이 예고됐다.

35,198명의 관중이 이날 경기장을 찾았지만 다행히 용인시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총력전을 기울여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지나갔다. 다만 이날 킥오프 직전까지도 관중들이 절반도 입장하지 못해 길게 줄을 서있는 풍경이 연출됐다. 경기 시작 30분 전에는 선수들이 워밍업을 시작하고 전광판에 소개 영상이 나오는데도 관중석은 절반 가량 비어 보였고, 함성 소리도 그리 크지 않았다.

임시 홈인 만큼 선수들이 뛸 최상의 잔디를 위해서는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향후에도 미르스타디움에는 많은 국제 경기가 치러질 수 있다. 광주 FC도 잔디 문제 때문에 오는 22일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라크전 만큼 만원 관중은 아니겠지만 해외에서 찾는 방문객들도 경기장을 찾는 데 불편함을 느끼기 충분하다. 축구 팬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앞으로 주변 환경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