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졸전 끝 0-0 무승부를 거뒀다.
FIFA 랭킹 96위의 약체, 심지어 중동 분쟁으로 인한 자국 내 사정으로 제대로 된 훈련조차 하지 못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90분 내내 무기력했던 대한민국이다.
홍명보 감독과의 ‘허니문 효과’도 없었다. 6만명에 가까운 팬들은 홍명보 감독을 향해 야유했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 선수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코 좋지 못한 시작, 그러나 이제 1차전을 치렀을 뿐이다. 앞으로 남은 9경기가 더욱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3년 전인 2021년에도 이와 같이 월드컵 예선을 시작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홈 경기에서 이라크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에도 비판은 많았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이라크의 수비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부분이 많다. 대한민국은 팔레스타인전에서 무려 7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6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골키퍼 하마다가 막아낸 것만 하더라도 무려 5개였다. 손흥민은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3년 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15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비 후역습’에 제대로 당했다. 70%에 가까운 점유율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벤투호는 2차전이었던 레바논과의 홈 경기를 1-0으로 잡아내며 반등했다. 이후 아랍에메리트(UAE)와의 최종전에서 0-1로 패하기 전까지 7승 1무를 기록,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호는 이라크전 무승부 이후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치른 홈 경기에서 승리를 꾸준히 챙겼고 중동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결국 원했던 바를 이뤘다.
홍명보호 역시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는 최악의 결과. 그러나 다가올 오만 원정에서 승리와 함께 반등할 수 있다면 안방에서 챙기지 못한 승점 3점을 잊을 수 있다.
오만은 지난 이라크 원정에서 0-1로 패배했다. 그들 역시 안방에서 치르는 대한민국전을 승리해야만 다음을 바라볼 수 있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홈 팀을 꺾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 홍명보호가 해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과 오만은 이제까지 총 5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4승 1패로 앞서 있다. 2003년 ‘오만 쇼크’로 불리는 1-3 참패는 이제 21년 전 이야기다. 물론 대한민국이 가장 최근 오만을 상대한 것도 2015년, 9년 전이다.
아시아 축구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홍명보호가 오만 원정마저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다면 다가올 일정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오만 원정은 단순한 1경기가 아니다. 어쩌면 홍명보호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반대로 승리한다면 위기 극복 후 크게 반등할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 홍명보호는 좋지 못한 경기력, 이에 앞선 비판적인 외부 시선으로 인해 위기의 연속이다. 이미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부터 정의롭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흐름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치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지금은 북중미월드컵, 즉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분노한 팬들의 비판에 응답할 수 있는 건 시원한 오만 원정 승리뿐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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