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책임질 사람들은 내뺐다…클린스만 미국행, 정몽규 회장 회의 불참

입력
2024.02.13 16:33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은 없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책임 져야 할 사람들은 일찍이 도망갔다.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났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64년 만에 우승을 노렸지만 돌아온 건 빈손.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는데 4강에서 떨어졌다. 역대급 호화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들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대회 내내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조별리그부터 고전이 계속됐는데 문제점은 끝날 때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탈락 후에 웃는 얼굴로 축구 팬들의 감정과 너무 동떨어진 인터뷰는 많은 지탄을 받았다.

경질 여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난이 가라앉지 않자 대한축구협회도 움직임에 들어갔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금일 오전 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금번 아시안컵 관련 미팅을 실시하였으며 금주 내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위원들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 평가에 대한 리뷰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3일 대한축구협회는 임원들이 모여 아시안컵에서의 한국 대표팀 경기력 평가와 클린스만 감독 거취를 두고 회의했다. 하지만 정작 책임질 당사자인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한국에 없다. 집이 있는 미국으로 갔다.

회의를 주재해야 될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13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속이 빈 반쪽짜리 회의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웃음 짓는 클린스만 감독 ⓒ 연합뉴스

목표 달성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여부가 이날 회의 안건 중 하나였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정상 탈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클린스만호는 4강 진출의 결과물을 냈지만 대회 내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별리그부터 졸전을 펼쳐 조 1위 통과에 실패했다. 두 수는 아래로 여겨졌던 말레이시아를 맞아 주전을 모두 기용하고도 3-3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내용을 보여줬다.

토너먼트에 진출해서도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 8강 호주전을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두 경기 모두 상대에 선제 실점을 하고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득점으로 살아났다. 연장 혈투 속에 승리해 투혼으로 포장됐으나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축구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0-2로 패해 우승 도전을 마감했다.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0개의 치욕적인 결과를 냈다. 연장 120분 혈전을 연달아 치르고도 주전에게 크게 의존하는 운영을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에 의해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기도 했다. 선수들의 활약도를 떠나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하고 지도 과정에 있어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팀 감독이면 국내에 체류하며 선수 점검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시간에 미국과 유럽을 오갔다.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한국 선수들은 낯설 수밖에 없다. 특히 부임 초기라면 이들의 특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철학에 어울리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에도 바쁠 시기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의 국외 거주 문제가 거론되기 전까지 정작 국내에 머문 시간이 67일에 불과할 정도로 K리그를 등한시했다. 이 문제는 결국 이해 못할 선수 선발에 이은 아시안컵 본선에서 기용 선수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과를 중요시했다. 스스로 거취 결정의 시점으로 아시안컵을 꼽아왔다. 지난해 9월 유럽 원정을 다녀온 뒤 본인 입으로 "아시안컵이 기준점이 될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라며 중간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결과가 나왔다. 클린스만호는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아시안컵 성적표에서 낙제나 다름없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한 번을 쉽게 간 적이 없다. 국제적인 시각으로 운영한 대표팀의 전술 색채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결코 따르지 않았다. 문제점도 반복했다. 조별리그부터 중원 숫자 부족에 따른 주도권 장악 실패가 번번이 드러났고, 선제 실점 비율도 높아 수비 개선 요구가 상당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 연합뉴스

좋지 않은 성적표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준다. 축구협회는 설 연휴가 지나고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해 아시안컵을 복기하기로 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4강에서 탈락한 뒤 "선수들과 한국으로 돌아가 세밀하게 분석해 이번 대회에서 잘했던 점과 보안해야할 점을 논의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2년 뒤에는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기에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관건인 거 같다. 이번 대회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의 경기를 잘 준비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했다.

당연히 아시안컵을 정리할 것으로 보였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한 말도 지키지 않고 미국으로 향했다. 입국하자마자 "미국 자택으로 돌아가 짧은 휴식을 취하고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등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것이다. 물론 빠르게 귀국해 태국과의 2연전을 준비하겠다며 "긴 시간 자리를 비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대표팀 감독은 많은 출장을 다녀야 하고 프로팀 감독과는 달라야 한다. 저희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한다. 제 일하는 방식,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그런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축구 팬 여론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무게가 기울었다. 그런데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회장 없이 진행되는 아시안컵 리뷰로 회의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직접 대회 준비 과정부터 매 경기 잘된 점과 부족했던 부분을 나열해야 도움이 될 보고서 작성의 시간인데 미국으로 갔으니 참석할 수 없다. 축구협회는 이 회의에 클린스만 감독을 원격으로 참석시킬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팬들의 분노는 상당하다 ⓒ 연합뉴스

당사자의 경험이 아닌 현장에 없던 전력강화위원들의 평가로 채울 리뷰가 얼마나 영양가 있을지 의문이다. 실질적으로 전력강화위 미팅이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대표팀 전력강화위원은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FC 감독,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 정재권 한양대학교 축구부 감독, 곽효범 인하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수가 동계 훈련을 진행 중이며, 박태하 감독의 경우 금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위원들의 일정 조정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평가는 의외로 늦어질 수도 있다. 다만 대표팀 감독으로서 기본 임무조차 뒤로 미룬 상황이기에 계속해서 지휘봉을 맡길 수 있는지 여론이 뜨겁고,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관련 언급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간 단축에 열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강화위에서 모아진 의견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게 전달돼 최종 결정으로 이어진다.

대한축구협회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선수들에게 간다. 당장 북중미 월드컵 예선부터 대표팀이 치를 A매치까지 팬들의 응원이 아닌 분노와 성토 속에 경기를 치를 수 있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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