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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맞닥뜨리는 시련. 투수에게는 2사 후 안도감 속 닥쳐오는 위기와 흡사하다.
삼성 불펜에 구세주 처럼 나타난 좌완 슈퍼루키. 배찬승이 돈 주고 못 살 경험을 했다. 시즌을 앞두고 매를 미리 맞았다. 성장 과정의 거름이 될 소중한 시간이었다.
배찬승은 지난 11일 두산과 홈 시범경기에서 7회 등판, ⅔이닝 동안 3실점을 했다. 7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려 5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힘들었지만 배울 점이 많았던 유익한 경기였다.
홍현빈의 그랜드슬램 속 11-5로 넉넉히 앞선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배찬승. 선두 타자는 리그 최고 우타자 양의지였다.
평소 그 답지 않게 초구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았다. 2구째가 의외였다. 최근 연마하고 있는 구종인 체인지업. 영점을 많이 벗어났다. 대타자를 상대로 구종을 시험하는 배짱. 하지만 양의지는 루키에 당할 타자가 아니었다. 직구 타이밍을 잡고 151㎞ 빠른 공을 밀어 2루수 굴절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라인드라이브성 안타로 출루했다.
정신이 번쩍 든 배찬승. 후속 조수행과 거포 김민혁에게 빠른 공을 보여준 뒤 슬라이더 결정구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평소대로 깔끔하게 이닝이 정리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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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템포도, 투구 높이도 한가지였다. 예측 타격이 맞아떨어지면서 타자의 결과로 이어졌다.
배찬승은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지만 주로 직구-슬라이더 두 구종을 던지는 투피치 투수다. 강한 공을 지켜본 상대 타자들이 한 구종을 마음 속으로 정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
구종을 다양화 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현재 가진 장점을 더 살리는 것이 더 빠른 성장의 길일 수 있다.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안에서의 변화 만으로도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러려면 투구 리듬과 템포, 높낮이, 강약 조절 등 자기 안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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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존이 약 1㎝ 낮아졌지만 반드시 낮은 코스 공략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공에 충분한 힘이 있는 만큼 하이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날 벤치에서 배찬승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 베테랑 최고 포수 강민호는 배찬승이 연속안타를 허용하자 오른손을 치켜올리며 '높은 공을 던져야지'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아쉬워했다.
기왕 잘 던지는 주무기 슬라이더를 다양화 하는 시도도 유효해 보인다. 슬러브 처럼 떨어지는 각도를 크게 하거나, 스위퍼 처럼 휘어져 나가는 각도를 크게 할 수 있다. 커터 같은 빠른 슬라이더, 커브 같은 느린 슬라이더까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모든 것들이 시간과 비용로 필요로 하는 일이다. 고교를 막 졸업한 투수가 당연히 완벽할 수는 없다. 리그 최고 좌완으로 가는 무수한 시련의 과정일 뿐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인 아픈 경험이 변화를 이끌고, 그렇게 거친 원석은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된다. 시즌 내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역경의 순간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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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은 막내의 흔들림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코치를 통해 계속 씩씩하게 던질 것을 주문했다. 강영식 코치도 피칭 후 배찬승을 앉혀 놓고 눈높이를 맞추며 소중한 경험을 복기하고 배움을 심어줬다.
강민호 원태인 등 리그 최고 선배들도 배찬승을 따로 만나 환한 미소 속가벼운 농담과 함께 긴장을 풀어주며 원포인트 조언을 던졌다. 이 모든 장면들이 슈퍼루키의 완성도를 가속화 할 밑거름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