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이 늦잠을 잘 수 있는 토요일 아침.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로 연결돼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 8일 시범경기가 열린 각 지역 기차역은 KIA, 삼성 등 각 구단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이 향한 곳은 야구장이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하자마자 ‘대히트’를 쳤다. 시범경기 첫날부터 구름 관중이 몰려왔다.
KBO는 이날 전국 5개 구장에 총 6만726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발표했다. 13년 만에 시범경기가 열린 청주구장에는 한화-두산 경기를 보러 온 팬들로 9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대구에서는 열린 삼성-SSG 경기에서는 무려 2만56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롯데-KIA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도 1만7352명의 팬이 찾았고, 수원구장에서 진행된 KT와 LG의 맞대결에도 1만3179명의 관중이 찾았다. NC와 키움의 경기가 펼쳐진 창원 NC파크에는 7170명의 관중이 두 팀을 응원했다.
지난해 시범경기 개막 5경기 총관중(3만618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곳에서 5경기가 열린 9일에는 관중이 더 늘었다. 대구는 2만3063석이 팬들로 가득 찼고 사직 경기도 1만7890명이 입장돼 매진됐다. 청주구장도 일찌감치 9000석이 완판됐다. 수원에서는 1만4057명, 창원에서는 7278명의 관중 수를 기록했다. 이날 입장관중은 7만1288명으로, 시범경기 개막 이틀에만 13만8552명의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시범경기부터 야구팬의 사랑을 확인하며 2시즌 연속 천만 관중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프로야구는 지난 시즌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최종 관중수 1088만7705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천만 관중을 돌파했다.
관중 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팬들의 유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팬들이 야구에 관심을 보이면서 야구를 보는 문화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는 흥행의 열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시즌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겨우내 야구에 대한 목마름이 커진 팬들은 시범경기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전력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한 그림들을 선보이기 때문에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때문에 정규시즌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의 등장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였다.
이범호 KIA 감독은 “처음에는 원정 관중석만 보여서 얼마나 많은 분이 오셨는지 몰랐다. 그런데 경기 후 모니터링을 하는데 원정 관중석이 홈 관중석만큼 꽉 차 있길래 놀랬다”라며 “경기를 보니 책임감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시범경기인데 ‘이겨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는 몸 상태가 편한 상태로 들어가서 (개막 전) 얼마나 좋은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우리 쪽 관중석을 보는 순간 ‘더 총력전을 해야하나’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많은 걸 느낀 하루”라고 말했다.
팬들이 ‘직관’을 할 만큼 볼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8일에는 새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 첫 피칭을 했다. 사직구장에서는 KIA 새 외인 투수 애덤 올러가 3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롯데 터커 데이비슨도 2이닝 3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 창원에서는 NC 앨런 로건이 3이닝 2안타 4볼넷 1실점으로 좋은 출발을 했다. 수원에서는 LG 요니 치리노스가 3.1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적생들의 활약도 기대감을 키웠다. 대구에서는 FA 계약으로 이적한 최원태가 푸른 유니폼을 입고 첫 피칭을 했다. 최원태는 3이닝 1홈런 1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청주에서는 엄상백이 3.2이닝 3실점(2자책)했다.
신인 투수들도 씩씩한 투구를 선보였다. 키움 정현우는 선발로 3이닝 4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한화 정우주도 1이닝 무실점으로 신인왕 레이스를 시작했다.
9일에는 부상을 털고 돌아온 선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던 KIA 윤영철은 사직 롯데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건강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팔꿈치를 다쳤던 LG 손주영도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성에서 태업 논란을 빚었다가 키움에 둥지를 튼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창원 NC전에서 3회 2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주목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