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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맏형 최형우(42)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이제는 외야 수비까지 겸하는 일이 조금은 버겁긴 해도 배트는 여전히 시원하게 돌린다. 41살 시즌이었던 지난해 타율은 0.280(425타수 119안타)으로 약간 떨어졌지만, 22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한 파괴력을 보여줬다. 햄스트링을 다친 나성범(36)이 수비가 버거울 때는 좌익수로 뛰면서 후배의 부담을 나눴다. 도통 '마지막'을 언급하기 힘든 기량이다.
KBO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선수도 최형우를 롤모델로 삼는다.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38)가 대표적이다. 양의지는 2차례 FA를 신청해 10년 총액 277억원을 벌어들인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다. 그런 양의지에게도 야구선수로 장수하는 최형우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양의지는 지난해 최형우가 KIA와 비FA 다년 계약에 성공하자 "(최)형우 형이 잘하니까 당연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KIA에서 (나)성범이를 빼면 냉정히 형우 형보다 잘 치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형이랑 내기를 했다. 친하니까. 나랑 형 중에 누가 더 야구를 오래 할 것 같은지"라고 이야기했다.
최형우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을 때는 포수였다. 그는 1군 6경기 출전에 그친 뒤 2005년 방출됐는데, 그해 창단한 경찰야구단에 입대하면서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외야수로 전향하고 타격에 더 집중하면서 2007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전역 직후 최형우는 삼성에 재입단해 그때부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형우가 처음 FA 자격을 얻은 건 2016년 시즌을 마친 뒤였다. 2017년이면 나이 34살이 되는 최형우에게 KIA는 4년 100억원 계약을 안겼다. FA 100억원 시대를 연 계약이었다. 최형우는 계약 첫해 142경기, 타율 0.342(514타수 176안타),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하며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적 첫해 우승으로 이미 밥값을 다한 최형우는 해마다 3할 타율을 넘겼고, 2019년을 제외한 3시즌은 25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타율 0.354로 타격왕을 차지하며 베테랑의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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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는 지난 시즌 옵션을 충족해야 올해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20홈런-100타점을 넘기며 중심타자의 임무를 다한 최형우는 KIA에서 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동시에 올해까지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 1년 계약이 연장되면서 최형우는 34살 이후에 FA와 비FA 다년 계약으로 9년 총액 159억원을 벌어들였다.
KIA는 올해 최형우와 함께 한번 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에도 최형우와 함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이른 단계지만, 올해 최형우가 지난해 만큼만 타격을 해줘도 선수 생명 연장이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자기 관리 능력과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십도 KIA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최형우는 이달 초 괌으로 개인 훈련을 가면서 팀 후배인 이우성(31) 최원준(28)과 삼성 내야수 류지혁(31)까지 데리고 갔다. 이들의 체류비와 훈련비는 최형우가 모두 지원한다. 최형우는 오히려 자신의 훈련을 후배들이 돕는데 당연한 것이라며 생색도 내지 않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형우는 여전히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 42살이 된 최형우에게 여전히 은퇴는 먼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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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