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인 양현종(37·KIA)은 개인 경력에서 두 번의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2016년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행사했고, 2021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뒤 한국으로 돌아와 두 번째 FA 자격 행사를 완료했다.
그런데 두 번의 FA 협상이 모두 복잡했던 기억이 있다. 양현종은 첫 FA 자격을 얻은 2016년 시즌 뒤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다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만족할 만한 계약을 따내지 못했고, KIA는 당시 준비한 FA 자금을 최형우(4년 총액 100억 원), 나지완(4년 총액 40억 원)과 계약하는 데 썼다. 양현종은 리그 최정상급 투수인 만큼 엄청난 금액이 소요되는 FA다. 서로가 곤란한 상황이 이른 것이다.
그래서 묘안을 짰다. 첫 FA 당시 계약금 7억5000만 원에 연봉 15억 원까지 총 22억5000만 원에 1년 계약을 했다. KBO리그 규정상 FA 재자격 취득 요건을 채우려면 4년을 더 뛰어야 한다. 즉, 남은 3년은 단년 계약을 한 것이다. 양현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남은 3년 동안은 연봉 23억 원에 각각 계약했다. 드러난 보장 금액만 4년 총액 91억5000만 원이었다.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금액은 1년 22억5000만 원이지만, 사실상 4년 91억5000만 원에 플러스 알파로 계약한 셈이 됐다.
양현종은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고, 2020년 1년간 미국에서 뛴 뒤 국내로 유턴했다. FA 자격이기는 하지만 KIA 잔류가 유력했던 가운데, 협상이 쉬이 풀리지 않아 오랜 기간 이어졌다. 구단과 선수도 지치고, 기다리는 팬들도 지칠 법한 긴 협상이었다. 결국 옵션을 대거 삽입하고 총액을 불리는 쪽으로 합의했다. 4년 총액 103억 원의 계약 중 옵션이 48억 원으로 전체 계약 중 46.6%에 이르렀다.
어려웠던 계약이지만 양현종은 3년간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며 이 계약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3년 동안 특별한 부상 없이 88경기에 선발로 나가 517⅔이닝을 던지면서 32승23패 평균자책점 3.84의 성적을 거뒀다. 물론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양현종이 전성기의 구위를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닝 소화와 책임감, 그리고 팀 문화에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양현종은 3년 동안 내리 170이닝 이상을 던져 10년 연속 170이닝 소화라는 불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록을 남겼다. 2024년에는 팀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양현종을 제외한 개막 선발 로테이션 전원(윌 크로우·제임스 네일·이의리·윤영철)이 모두 부상으로 쓰러져 선발진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양현종만 그 자리를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리그 전체의 타고투저 양상 속에 평균자책점이 4점대(4.10)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11승을 거두고 171⅓이닝을 먹어치웠다. 양현종은 여전히 양현종이었다.
4년 103억 원의 계약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애당초 보장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았고, 옵션을 많이 타갔다는 것은 양현종이 그만큼 팀에 공헌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양현종은 이제 2025년 시즌을 건강하게 보내면 개인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양현종은 2026년 만 38세다. 나이를 고려하면 어쩌면 마지막 FA 계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규모에도 자연히 관심이 몰린다.
양현종의 다음 선택이 다시 KIA가 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의심이 없다. 선수의 로열티도 강하고, KIA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우할 것이다. 단순히 프랜차이즈라는 수식어를 떼도 양현종은 여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전력감이다. 아직은 조금 더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활약을 할 수 있다. 경력에서 큰 부상이 없었고, 매년 많은 이닝을 책임감 있게 소화했다. 2024년 성적은 양현종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선수가 아직 KIA에는 없다는 것을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종신 타이거즈맨으로 가는 길에 함께 할 FA 계약 규모는 아무래도 2025년 시즌 성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양현종은 물론 굵직한 내부 FA 선수 명단이 기다리고 있는 KIA는 철저한 준비가 불가피하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