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KIA 내야수 김도영(21)은 올 한 해 한국프로야구(KBO)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그는 올 시즌 총 141경기에 출전하는 내구성과 함께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1.067을 찍었다. 홈런 2위, 타율 3위, 득점 1위, OPS 1위 등 공격 전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프리미어12'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타율 0.412(17타수 7안타), 3홈런 10타점을 쓸어 담으며 국제대회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수의 매체들은 벌써부터 김도영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몇몇 매체는 몸값마저 언급하며 현지 유망주와 비교도 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제로(0)라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왜일까.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곳이다. 때문에 진출하기도 힘들지만 막상 그곳에 데뷔한다 해도 매년 치열한 경쟁 때문에 소리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도 많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풀타임 3시즌을 치뤄야 연봉조정자격을 주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 두 해 반짝활약이 아니라 3시즌 동안 꾸준히 잘했으니 그것은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탬파베이에서 최지만(33)과 함께 뛰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외야수 오스틴 메도우즈(29)라는 선수가 있었다.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9번으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을 만큼 아마추어시절 톱 유망주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도 탬파베이로 한 차례 트레이드를 거친 뒤 빅리그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빅리그 첫 17홈런을 친 그는 이듬해인 2019년 시즌 33홈런을 터트리며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탓에 4홈런에 그쳤지만 2021년엔 또 다시 시즌 27홈런을 터트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즌이 끝난 뒤 탬파베이는 그를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 했고, 메도우즈는 더 이상 과거의 화려했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22년과 2023년 단 1개의 홈런도 터트리지 못한 것은 물론 부상으로 신음하자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디트로이트는 메도우즈를 논테더(Non-tender) 방출했다. 올해는 팀도 찾지 못한 체 선수생명이 끝나가는 분위기다.
이런 경우는 또 있다.
내야수 맷 더피(33. 텍사스)는 지난 2014년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15년 총 149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95, 12홈런 77타점 12도루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OPS도 0.762로 좋았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2위에 오를 만큼 인정 받았다.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된 2018년에도 타율 0.294를 쳤을 만큼 맞추는 능력이 좋았다. 하지만 연봉조정 자격을 갖을 수 있게 되는 3년차부터 성적이 타율 0.252, 1홈런 12타점으로 고꾸라졌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소속팀 탬파베이에서 방출됐고, 그 후론 시카고 화이트삭스-LA 에인절스-캔자스시티를 거쳐 지난해 텍사스로 이적하는 등 저니맨 신세가 됐다. 지난해 빅리그에선 단 4경기 출전에 그쳤을 만큼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5번으로 클리브랜드의 지명을 받았던 톱 유망주 클린트 프레이저(30)도 같은 경우다. 그는 프로진출 후 한 차례 트레이드를 거쳐 2017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선수층이 두터운 양키스에서 2019년에는 단 69경기에 나와 12홈런을 칠 만큼 장타력이 돋보였다.
이후 8홈런, 5홈런으로 부진한 뒤 방출의 칼바람을 맞았다. 2022년 시카고 컵스를 거쳐 지난해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했지만 결국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한 체 메이저리그에서 종적을 감췄다. 올초 독립리그 팀과 계약했다는 소식만 들렸을 뿐 이제 그에게 관심을 갖는 선수도 언론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올 시즌 히트상품이 된 김도영에 대한 다른 팀들의 견제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올해 그가 거둔 성적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최소 3년은 꾸준함을 보여줘야 된다. 그래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김도영의 성적을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해 줄 것이다.
사진=MHN스포츠 DB, KIA 구단 인스타그램 갈무리<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MHN Sport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