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올해 유격수 골든글러브는 경쟁은 '3할 유격수'의 싸움이었다. KIA 박찬호가 0.307, SSG 박성한이 0.301을 기록한 가운데, 골든글러브 투표 총 288표 중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박찬호(154표)와 박성한(118표)를 향한 표가 94.4%에 달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두 자릿수 득표에 실패했다. 삼성 이재현이 8표, NC 김주원이 3표, LG 오지환과 한화 이도윤이 2표, 롯데 박승욱이 1표를 얻었다.
이렇게 확고한 '투톱'이 나왔지만 내년 시즌 최고 유격수 경쟁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2022년과 2023년 수상자인 오지환, 올해 수상자 박찬호는 모두 공통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었다. 많은 젊은 유격수 가운데 오지환과 박찬호가 함께 주목한 이름은 올해 타율 0.251에 그쳤던 김주원이었다. 무엇보다 역동적인 수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찬호는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치고 "(다른 유격수들을 보면서)배울 점이 너무 많다.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수비에서 순간순간 대처하는 면이나 타구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보고 배우고 있다. 요즘은 김주원 선수 수비 보면 배울 점이 많더라"라고 말했다.
또 "선수들이 왜 저렇게 하는지 어떻게 스텝을 밟는지 보면서 많이 연구하고 따라하고, 그게 나에게 맞다 싶으면 또 나에게 입혀보고 있다"며 세대를 가리지 않고 여러 유격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배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지환은 올해 시즌 중 "김주원은 (과거의) 나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주원도 과거의 오지환처럼 '실책왕'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적이 있다. 지난해 무려 3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올해는 유격수로 1023⅔이닝을 뛰면서 실책이 18개로 줄었다. 실책 숫자를 떠나 탁월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수비는 이미 '골든글러브 유격수'들이 인정할 정도다.
다만 올해는 타격에서 부침이 있었다. 8월 1일까지도 타율이 1할대인 0.199에 그쳤다. 방망이에 공이 제대로 맞지 않으니 장점인 일발장타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NC는 5월까지 김주원의 슬럼프를 지켜보다 같은 2001년생에 유격수라는 공통점까지 있는 내야수 김휘집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그래도 김주원의 슬럼프는 두 달이나 더 길어졌다.
오죽했으면 당시 LG 코치였던 이호준 감독까지 김주원의 슬럼프를 걱정했다. 이호준 감독은 취임 후 인터뷰에서 "김주원 김형준은 슬럼프가 길어졌는데 폼도 매일 바꾸고 하더라.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한 템포 쉬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얘기했다.
그랬던 김주원이 8월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8월 4일에는 kt 위즈를 상대로 시즌 첫 3안타 경기를 펼쳤다. 7월까지는 멀티히트는커녕 하루 안타 하나도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8월에만 이 3안타 경기를 포함해 8경기에서 2개 이상의 안타를 날렸다.
8월 타율 0.333을 기록하면서 김주원의 시즌 타율도 1할대에서 0.228까지 올랐다. 9월에는 9경기에서 멀티히트, 3경기에서 3안타를 기록해 8월 반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까지 증명했다. 8월 1일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43경기 타율은 0.340으로 이 기간 규정타석 채운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김주원은 지난 2년 동안 그야말로 '폭풍성장'했다. 1년 만에 실책왕에서 선배들이 주목하는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성장하더니, 올해는 타격에서 출구가 없어 보였던 슬럼프를 시원하게 돌파했다. 내년에는 어디까지 성장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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