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형우 선배가 내 것에 반응을 잘 해서 제일 부담이었는데…”
조상우(30, KIA 타이거즈)는 올해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KIA를 딱 한 차례 상대했다. 4월23일 고척돔에서 ⅔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2 동점이던 연장 10회초에 등판, 2사 만루 위기서 최형우에게 7구 접전 끝 슬라이더를 던지다 결승 2타점 중전적시타를 맞았다.
사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공개적으로 판정 논란의 아쉬움을 언급한 장면이기도 했다. 조상우와 최형우의 7구 승부 도중 최형우가 체크스윙을 했는데 주심이 볼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수 차례 비슷한 논란이 나오자 KBO는 내년부터 퓨처스리그서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도입, 2026시즌 1군 도입 가능성을 열었다.
어쨌든 조상우에겐 이날 최형우에게 맞은 결정적 한 방이 꽤 뇌리에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트레이드 이후 전화통화서 “그동안 KIA에서 최형우 선배가 내 공에 반응을 잘해서 부담이었는데…”라고 했다. 올 시즌 13타수 3안타 2타점. 최형우가 조상우에게 아주 강한 편은 아니었다.
최형우는 올 시즌 116경기서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 OPS 0.61 득점권타율 0.331. 사실 승부처에 굉장히 강한 타자다. 예전부터 그랬다. 때문에 투수들로선 승부처에 최형우를 만나면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조상우가 기억하는 그 순간도 결정적 승부처였다.
조상우로선 이제 그런 최형우를 상대할 일이 없으니, 올 시즌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이밖에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김도영, 부활에 나선 나성범, FA를 앞둔 박찬호와 최원준 등 KIA 타선은 까다로운 타자가 많다.
이제 조상우는 이들의 공수 지원을 받고 마운드에 오른다. 언제까지 KIA에서 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올 시즌 성적이 조금이나마 오를 또 다른 여지를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역시 프로의 세계는 어제의 적이 내일의 동지다.
그런데 KIA 타자들도 이젠 조상우를 상대할 일이 없다. 조상우가 아무리 근래 수년간 스피드가 떨어졌어도 여전히 KBO리그 최정상급 불펜이다. 마침 조상우는 내년 1월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트레드 어슬레틱센터에서 몸을 만들면서 투구 매커닉을 점검하고자 한다. 조상우가 내년에 KIA에서 더 강한 공, 더 빠른 공을 던지면 조상우도 KIA 타자들도 서로 상대하지 않게 된 것을 좋아할 듯하다.
조상우는 “KIA가 올해 너무 좋은 팀인 것을 봐서 안다. 내가 우승멤버에 합류하게 됐으니까 좀 더 잘해서 지난 시즌과 같은 결과를 내야 한다. 팀 입장에서도 날 데려간 이유 중 하나가 그게 아닐까. 나도 우승 열망이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몸을 잘 만들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