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다치면서 배운 것도 있고, 내년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뉴욕 양키스 최고 유망주 출신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오면서 가장 급한 중견수 자리를 채운 가운데 코너 외야의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올해 우익수, 1루수를 넘나들며 타격 생산력을 보여준 김태연이 우익수에서 우선권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좌익수 자리는 모든 선수가 노려볼 만한 경쟁의 장이다. 컨택이 좋은 최인호, 퓨처스리그 타점왕 임종찬, 시즌 막판 맹타를 휘두른 권광민과 함께 이진영(27)이 경쟁 후보군에 있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칠 만큼 장타력이 있고, 잠재력이 터졌을 때 고점이 가장 높은 유형이란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2022년 4월 KIA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진영은 70경기에서 홈런 8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121경기 타율 2할4푼9리(358타수 89안타) 10홈런 50타점 53볼넷 127삼진 출루율 .344 장타율 .394 OPS .738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쳤고, 타율 대비 출루율도 1할 가까이 높았다.
WAR 3.32로 높은 기여도를 보이며 주전으로 자리잡는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컨택률을 높이기 위해 타격폼 변경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1군에 올라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5월8일 퓨처스리그 경기 중 유구골이 부러지면서 수술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두 달 넘게 재활하며 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왔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내지 못했다. 42경기 타율 2할4리(93타수 19안타) 1홈런 13타점 OPS .583으로 아쉬운 시즌을 마쳐야 했다.
비시즌 대전에서 개인 운동 중인 이진영은 “부상도 당하고, 보여준 게 없는 시즌이었다. 그동안 유구골이 아픈 적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통증을 느꼈다. 시즌 초반 한 달 정도 참고 했는데 손에 힘이 안 들어갔다. 배팅을 많이 치기 어려웠는데 2군에 내려가자마자 한 경기 만에 부러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작년에 어느 정도 성적을 내면서 욕심이 더 커졌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운동을 열심히 많이 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부상도 온 것 같다”며 “타격폼도 더 잘하기 위해 바꾼 것이었다”고 말했다.
힘든 한 해였지만 큰 경험이 됐다. 무조건 운동량을 늘리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비움의 시간으로 삼았다. 이진영은 “처음으로 수술을 하고, 재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다쳤지만 배운 게 있었고, 다음 시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즌 종료 후 참가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는 자신감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12경기 타율 3할2푼5리(40타수 13안타) 1홈런 5타점 OPS .811로 잘 쳤다. “손 상태가 나아지고 컨디션이 올라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할 수 있었다. 일본 투수들 상대로 방망이가 잘 맞다 보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이진영은 “마무리캠프도 프로에서 8년간 했던 것 중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만족할 만했다. 수비 훈련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내년에 대전 새 야구장 시대를 연다. 기존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9월29일 NC전에서 9회말 투아웃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진영이 마지막 타자였다. 이글스파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는 “신구장 첫 경기에 뛸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며 “내년에 꼭 주전이 되고 싶다. 2023년보다 더 좋은 시즌을 보내면서 팀도 5강 이상을 목표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을야구에 꼭 한번 뛰어보고 싶은 꿈도 있다. 전 소속팀 KIA에선 2017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지만 엔트리 들지 못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지켜봤던 이진영은 “가을야구를 한 번도 못 해봤다. 가을야구할 때 야구장의 분위기, 그 감성이 어떤지 느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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