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미친 듯이 뛰고 또 뛴 결과 달콤한 보상이 찾아왔다. 만년 백업이었던 조수행(31·두산 베어스)이 데뷔 9년 만에 연봉 2억 원을 받는 프로야구의 넘버원 대도로 우뚝 섰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 13일 공개한 ‘2025시즌 연봉 계약 주요 결과’에 따르면 외야수 조수행은 종전 9500만 원에서 110.5%(1억500만 원) 인상된 2억 원에 내년 시즌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역대 연봉 반열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만년 백업’ 조수행에게 역대 연봉은 주전 선수들이 받는 꿈의 보수였다.
조수행은 강릉고-건국대를 나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5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두산 왕조의 외야진을 마주하며 험난한 주전 경쟁에 휩싸였고, 오랜 시간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 짧게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수행은 2022년까지 1군 통산 541경기에 출전했으나 557타석, 470타수 소화에 그쳤다.
조수행은 지난해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마침내 대기만성의 기운을 뽐냈다. 후반기부터 외야 한 자리를 꿰차면서 데뷔 후 최다인 126경기 249타석 219타수를 소화했고, 주전으로서의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타율 2할1푼9리 48안타 1홈런 17타점 41득점 26도루를 기록했다.
프로 9년차를 맞이한 조수행은 올 시즌 베어스 라인업에서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백업 꼬리표를 떼고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5리(328타수 87안타) 30타점 60득점 64도루 출루율 .334 OPS .627로 활약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번트 안타와 아마추어 시절부터 눈길을 끌었던 남다른 주루 센스를 앞세워 선배 정수빈(52도루)을 12개 차이로 따돌리고 도루 1위를 차지했다. 생애 첫 타이틀홀더가 된 순간이었다.
조수행은 시즌 중반만 해도 “도루왕은 솔직히 꼭 올해가 아니어도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다. 그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자꾸 도루왕을 생각하면 부담이 될까봐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미친 듯이 뛰고 또 뛰며 정수빈, 황성빈(51개·롯데 자이언츠), 박해민(43개·LG 트윈스), 김지찬(42개·삼성 라이온즈), 김도영(40개·KIA 타이거즈), 신민재(32개·LG 트윈스) 등 프로야구 도루 전문가들을 모두 제치고 도루왕으로 우뚝 섰다.
조수행은 2016시즌 최저 연봉 2700만 원으로 시작해 2017시즌 3600만 원, 2018시즌 4500만 원으로 차근차근 보수를 끌어올렸지만, 백업 신분인 탓에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군 복무 이후 2020시즌 4500만 원, 2021시즌 7500만 원, 2022시즌 8500만 원을 받았고, 2023시즌 7800만 원으로 연봉이 삭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2024시즌 9500만 원에 이어 마침내 생애 첫 역대 연봉을 해냈다.
조수행은 도루왕을 차지한 뒤 “백업 생활이 너무 길었는데 이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김태룡 단장님께서 매 시즌마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야구에 도움 되는 영상을 많이 주신 덕분이다. 또 이승엽 감독님이 만년 백업이라는 편견을 많이 깨주셨다. 너무 감사드린다. 도루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고토 코치님, 김동한 코치님, 정진호 코치님 감사드리고, 전력분석팀 너무 고생 많이 해주셨고, 안 다치게끔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은 도움 주셔서 시즌 잘 치렀다”라며 “마지막으로 오늘 온 가족들이 어릴 때부터 응원 많이 해주셔서 지금까지 야구할 수 있었다. 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이 상을 주시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께 꼭 감사드린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두산 팬들도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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