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원(35·SSG)은 프로에서 선발, 중간, 마무리를 전부 경험한 투수다. 선발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다. 2019시즌엔 26경기 11승7패 2홀드 평균자책 3.88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도 챙겼다. 2021년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1년여 뒤 복귀해 주로 구원 투수로 활약했다. 올해는 비시즌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서진용 대신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5월까지 22경기 2승1패 15세이브 평균자책 2.52로 순항하던 문승원은 6월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8월 초 신예 조병현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겨줬다. 문승원은 올해 62경기 6승1패 20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 4.50의 성적을 거뒀다. 중간에 보직을 반납하긴 했지만, 한 팀의 마무리 투수로 20번의 승리를 지켰다.
SSG는 올시즌 정규리그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발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SSG 선발 투수 평균자책은 5.26으로 10개 구단 꼴찌였다. 로버트 더거가 부진하며 선발 로테이션이 시즌 초반부터 꼬였고, 토종 선발도 대체로 부진했다. 올해 규정이닝을 만족한 투수도 김광현뿐이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2024시즌이 끝난 뒤 SSG는 메이저리그(MLB) 출신 미치 화이트를 발 빠르게 영입했고, 드루 앤더슨과 재계약하며 ‘강속구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여기에 올해 주춤했지만,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김광현까지 1~3선발은 갖췄다. 김광현 다음 나올 가장 유력한 이름은 문승원이다.
SSG는 올시즌 종료 직후 선발 오원석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KT 불펜 김민을 영입했다. 최근 3년간 선발 투수로 꾸준하게 기회를 얻었던 오원석이 이탈하며 다음 시즌 4, 5선발은 모두 경쟁을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일단 문승원은 송영진, 박시후, 정동윤, 최현석 등 젊은 투수들과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숭용 SSG 감독은 “4, 5선발 중 한 자리는 문승원이 유력하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경쟁을 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도 눈여겨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SSG는 선발 경험이 풍부한 문승원이 2025시즌 한 자리를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검증이 필요한 ‘새 얼굴’로 남은 자리를 모두 채우는 건 부담이 따른다. 문승원이 다음 시즌 SSG의 토종 선발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