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리는 한방이었다. 그런데 정작 리그에서는 홈런 2개 밖에 치지 않은 타자라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대만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4 세계소프트볼야구연맹(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4-0으로 승리하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대만의 상승세에 일본까지 침몰할 줄 누가 알았을까.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이자 국제대회 27연승을 구가하던 팀. 대만이 일본을 좌절하게 만든 순간은 역시 천제슈엔(30)의 3점홈런이 결정적이었다.
대만은 5회초 선두타자 린쟈정이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선취 득점을 획득했다. 대만의 기회는 계속 이어졌다. 천천웨이가 우전 안타를 치고 린리가 볼넷을 골라 득점권 찬스를 마련한 대만은 천제슈엔이 일본 선발투수 도고 쇼세이가 던진 시속 150km 직구를 공략해 우월 3점홈런을 폭발, 4-0으로 달아나면서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결국 점수는 대만의 4-0 리드가 끝까지 이어지면서 대만은 프리미어12 창설 이래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봤다.
이날 대만의 3번타자로 출전해 결정적인 3점홈런을 날린 천제슈엔은 대만프로야구 퉁이 세븐일레븐 라이온스 소속으로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334를 기록하며 타격 부문 2위에 올랐던 선수다. 하지만 홈런과는 거리가 먼 유형의 타자다. 올해 홈런 개수는 고작 2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거포'로 변신했다. 한국과의 조별리그에서 고영표를 상대로 2점홈런을 치더니 결승전에서는 일본을 울리는 3점홈런을 폭발한 것이다.
천제슈엔은 대만을 대표하는 교타자다. 2016년 대만프로야구에 데뷔한 이래로 단 한번도 3할대 타율을 놓친 적이 없다. 9년간 그가 쌓은 안타 개수만 1092개. 통산 타율은 .343에 달한다. 그에 비해 통산 홈런 개수는 33개로 웬만한 거포 타자의 1년치 실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래서 야구가 재밌는 것이 아닐까. 올해 리그에서 홈런 2개를 기록한 것이 전부인 대만 타자가 한국과 일본을 울리는 홈런포를 가동했으니 말이다.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한 미국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이날 자신의 SNS에 "천제슈엔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다. 국제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천제슈엔에 결정적인 3점홈런을 헌납한 도고는 경기 후 "정말 1구의 무서움을 느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야말로 모두가 충격에 빠진 도쿄돔의 밤이었다.
<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