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가오슝(대만), 박정현 기자) "상위 라운드 유망주라고 1군에 콜업되는 건 아니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이 없지 않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6일부터 대만 가오슝에서 루키캠프를 진행 중이다. 루키캠프는 마무리캠프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프로 3년 차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기본기 등 기량 향상에 초점을 둔다. 이 캠프를 이끄는 건 키움 퓨처스팀의 수장 설종진 감독이다.
훈련은 오전 일찍부터 시작해 저녁쯤 끝이 난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빡빡하게 돌아가는 스케줄이다. 지옥의 캠프다.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의 표정에서 얼마만큼 힘들게 진행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루키캠프를 이끌고 있는 설 감독은 지금부터가 2025시즌의 시작이라고 봤다. 유망주들이 다음 시즌 한 단계 더 '스텝 업'하기 위한 적기다. 시즌 중에는 큰 변화를 취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당장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키움은 최근 몇 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형 유망주를 대거 수집했다.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어야 하는 설 감독은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사령탑은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걱정도 된다"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따끔한 메시지도 남겼다. 선수들 스스로 보석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망주라고 늘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설 감독은 "구단이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건 맞지만, 아무에게나 주는 건 아니다. 열심히 해서 퓨처스리그에서 검증받은 선수가 1군으로 콜업되는 것이다. 상위 라운드 유망주라고 1군에 콜업되는 건 아니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 선수들이 없지 않다. 열심히 하는 건 필수고, 검증도 받아야 한다.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1군에 가면, 바로 (퓨처스리그로) 내려온다"라고 얘기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지만, 설 감독은 그 누구보다 선수단에 많은 애정이 있다. 성장하고자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노력하는 선수들이 하나둘 1군에서 자리 잡을 때 지도자로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설 감독은 "(퓨처스 선수들이 1군에 자리 잡을 때) 보람이 가장 크다. 여기 선수들이 콜업되면 코치진과 선수들 모두 중계를 본다. 언제 나오는지 방송만 보고 기다리지만, 막상 나오면 첫 번째가 걱정이다. 엉뚱한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수들은 실책을 저지를까봐 걱정이다. 삼진은 당할 수 있지만, 수비 실책의 (나쁜) 이미지는 크다. 투수는 실점하더라도 안타 맞는 것이 낮다. 냉정하게 보면 점수 차가 큰 상황에 등판할 텐데 볼만 던진다면, 코치진 머리가 아프다. 잘한다면, 한 두 경기 뛰고 퓨처스로 복귀하더라도 (1군) 현장에는 각인된다. 그렇게 1군과 퓨처스를 오다가 어느 순간 자리를 잡으면 1군이 되는 것이다"라고 성장하길 희망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1군과 퓨처스리그 뎁스를 줄이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100% 전력으로 풀시즌을 치르는 팀은 거의 없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나왔을 때 새 얼굴들이 그 자리를 얼마만큼 잘 메워주느냐가 한 해 농사에 영향을 미친다. 키움 역시 마찬가지다. 풍부한 유망주들이 성장해 1군에서 제 기량을 뽐내길 원하고 있다. 설 감독이 선수들을 채찍질하는 것도 이 이유다.
설 감독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해진 가운데, 키움 루키캠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수단은 27일까지 훈련한 뒤 오는 2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다.
◆2024 키움 루키 캠프 참가 선수 명단
사진=키움 히어로즈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