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설마 했다”···외인도 ‘풀개런티’ 시대, 가을 쓴맛 본 수도권 트리오의 지극정성 스피드 영입전[스경x이슈]

입력
2024.11.22 16:33
수정
2024.11.22 16:33


두산은 올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했다. 재계약했던 알칸타라와 브랜든이 모두 부상으로 속을 썩였다. 알칸타라를 발라조빅으로 교체했고 브랜든의 부상에 단기대체선수로 시라카와를 영입했지만 외국인 투수 넷이 합쳐 15승밖에 못했다. 4위로 처져 나간 와일드카드결정전에는 브랜든은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고 결국 그대로 두산은 KT에게 최초의 ‘와일드카드 업셋’을 당하며 탈락했다.

문제가 분명하니 외국인 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사실상 시즌 종료 전에 외국인 투수 교체를 준비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빨리 영입을 마무리지었다. 두산이 영입한 콜 어빈과 토머스 해치는 모두 A급 투수로 평가받는다. 두산은 둘 다 옵션 없이 100만 달러 전액을 ‘보장’ 계약했다.

특히 어빈을 영입한 데 대해서는 타 구단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빈은 메이저리그 통산 134경기에 나가 28승40패 2홀드 평균자책 4.54를 기록한 좌완이다. 올해도 빅리그에 선발 16경기 포함 29경기에 나가 6승6패 1홀드를 거둔 현역 메이저리거다. 통상 이 시기에는 외인 투수들이 한·일 구단으로부터 동시에 제의를 받지만 그들의 꿈은 미국에 있기에 최대한 시간을 끌기마련이다.





타 구단 한 단장은 “어빈은 지금 이 시점에 KBO 구단이 데려올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에릭 페디급인데, 페디가 올 때는 당시 상황이 꼬여서 뒤늦게 KBO리그행을 결정했다. 그야말로 두산이 정말 잘 데려온 것”이라고 경탄했다.

KBO리그는 신규 외국인 선수의 최고몸값을 100만 달러로 한정하고 있다. 위반시에는 계약은 무효가 되고 선수는 1년간 뛸 수 없으며 해당 구단은 벌금 10억원을 내고 다음 연도 1차지명권을 박탈당한다. 현실적으로 머니게임이 안 되는 데다 적발시에는 어마어마한 징계가 따라 편법을 쓸 수도 없다. 어빈 같은 투수가 스토브리그 극초반에 KBO리그행을 택한 것 자체가 구단들 사이에서 ‘미스터리’로 불리고 있다.

두산 구단의 관계자는 “최고급 숙소와 관중 영상 등을 총동원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답을 기다렸지만 ‘설마 안 오겠지’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온다고 해서 우리도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어빈은 일본 구단으로부터도 훨씬 높은 제안을 받았으나 두산을 택했다. 두산은 한·미·일을 통틀어 이번에 어빈에게 가장 먼저 제안한 구단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선수가 환경을 바꾸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그 중 가장 먼저 제안한 구단을 택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대단한 영입”이라고 말했다.



SSG도 현재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완료했다. 올해 개막 직후 교체 선수로 입단해 11승을 거두며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한 드류 앤더슨과 재계약했고, 그 전에 새 투수 미치 화이트를 영입했다.

한국계 3세로 메이저리그 22차례 선발 등판 포함, 통산 71경기에서 4승12패 평균자책 5.25를 기록한 화이트는 올해도 3개 팀을 거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13경기에 등판했다. 평균구속이 시속 152㎞, 최고 156㎞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화이트는 KBO리그 구단들이 오랫동안 탐을 냈던 투수 중 한 명이다. 타 구단 한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우리도 노려왔던 투수다. 미국에 가면 최소 3번씩은 꼭 던지는 것을 보고 왔던 투수”라고 설명했다. SSG 역시 꽤 오랜 시간 지켜보며 공을 들여온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SSG 역시 화이트와 옵션 없이 100만 달러 전액 보장 계약을 했다.

LG도 현재 외국인 투수 교체를 사실상 끝낸 상태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는 재계약 하기로 하고 디트릭 엔스와는 결별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완 요니 치리노스와 계약 합의는 마친 채 메디컬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치리노스도 메이저리그에서 44차례 선발 등판을 포함해 통산 75경기에 나가 20승17패 평균자책 4.22를 기록했다. 올해는 6경기 30이닝으로 실적이 거의 없지만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다.

SSG와 LG도 두산처럼, 정규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고민이 컸다.

SSG는 2년째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계약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했고 확실하게 에이스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SSG는 단기 대체외인제도가 도입된 올해 처음으로 그 제도를 활용해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를 영입한 뒤 오히려 시라카와를 엘리아스로 완전 대체할지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었다. 후반기에 미끄러져 결국 5위 결정전까지 치렀으나 끝내 탈락,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LG는 전반기 외국인 선발 둘이 전부 오락가락해 일찍이 교체를 고민했지만 대안을 찾지 못해 시간을 끌었다. 교체하려고 하자 엔스와 케이시 켈리가 번갈아가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교체 타이밍도 잡지 못하다 결국 6시즌째 뛴 켈리와 후반기에 작별했다. 엔스가 살아남았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G는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변신해 역투를 펼친 에르난데스와 비교해 엔스를 교체하기로 했다.

두산, SSG, LG는 모두 시즌 초중반까지 상위권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 중심에는 마운드,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있었다. 가을야구에서도 외국인투수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실감했고, 새 시즌 제1과제를 외인 투수 보강으로 잡았다. 재빠르게 움직였고 공을 들여 스카우트 시장에서 A급으로 불린 투수들을 일찍 영입했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투수들이 미국으로 금의환향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국 투수들도 KBO에 눈을 돌리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최상위급 투수들이 매우 일찍 KBO행을 결정지었다. 올해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내년 정성을 들인 구단들이 그 이름값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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