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두산은 지난 22일 2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는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받아오면서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두산에 내줬다. 아무래도 메인카드는 2022년 신인왕을 차지했던 정철원, 그리고 2023년 신인으로 역대 8번째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을 세우며 ‘리틀 이정후’로 불린 김민석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두 선수를 메인 카드로 맞춘 채 여기에 다른 선수들이 추가되며 트레이드 판이 커진 케이스. 두산은 외야수 충원을 더 원했고 롯데는 내야 뎁스 보강이 필요해졌다. 그러면서 롯데가 받은 선수가 전민재다.
전민재는 대전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지명됐다. 2019년 현역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2021년 복귀했지만 지난해까지는 1군 구상에 확실하게 들어온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전민재는 많은 기회를 받으면서 성장의 기점을 만들었다. 100경기 타율 2할4푼6리(248타수 61안타) 2홈런 32타점 34득점 7도루 OPS .599의 기록을 남겼다.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내야진 활력소 역할을 했다. 유격수로 64경기(43선발) 395이닝, 3루수 34경기(10선발) 129이닝, 2루수 14경기(11선발) 93이닝을 뛰었다.
1루수 나승엽-2루수 고승민-3루수 손호영-유격수 박승욱으로 내야진 세팅은 완료됐지만 그 뒤를 받쳐야 할 백업진의 뎁스가 두텁다고 볼 수 없다. FA 베테랑 노진혁이 있고 올해 신인이었던 이호준이 있다. 상무에서 전역한 한태양, 곧 현역에서 제대할 김세민 등이 있지만 백업진 엔트리 경쟁은 다시 펼쳐져야 한다.
특히 유격수 자리는 공고하다고 볼 수 없다. 올해 주전 유격수는 돌고 돌아 박승욱이 차지했다. 박승욱은 올 시즌 139경기 타율 2할6푼2리(405타수 106안타) 7홈런 53타점 57득점 OPS .716의 성적을 거뒀다. 실책은 23개를 범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내야 센터라인의 중심인 유격수 자리가 더 공고하고 단단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젊은 내야수 중에서 주전으로 확 도약할 수 있는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2025시즌이 끝나면 박승욱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기에 변수가 있다.
박준혁 단장은 “우리는 유격수가 정말 필요했다. 전민재는 1군 경험을 계속 쌓아가던 선수다. 병역도 해결했다”라며 “지금 주전은 박승욱이지만 이호준이나 한태양 등 어린 선수들과 너무 나이대가 동떨어져 있다. 이렇게 흘러가는 것보다는 중간에 전민재가 오면서 더 밀도 있게 경쟁을 시켜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기존의 젊은 선수들도 기대하고 있지만 결국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어서 경쟁의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험을 쌓은 전민재가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운동 능력이 있는 내야수로 번뜩이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까지 멈추지 않는 선수다.
올해 두산의 이천 마무리캠프에서도 전민재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캠프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 팀 내 톱에 들 정도로 열심히 해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트레이드의 운명을 맞이한 것.
정든 팀이어서 그런지 전민재는 선수들과 눈물의 이별을 했다. 두산 구단 유튜브 채널 ‘베어스TV’에서도 전민재는 감정에 북받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보다 롯데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노력과 땀의 결실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태형 감독도 전민재를 지켜본 적이 있기에 내야 경쟁의 판을 흔들 수 있다. 전민재에게 롯데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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