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KIA 에이스 양현종의 최전성기였다. 전년도 200.1이닝에 이어 그해 193.1이닝을 던지고 국내 투수로는 22년 만에 선발 20승을 거두면서 KIA를 8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KIA의 우승과 함께 외국인 투수에게 의존하던 KBO리그에 토종 에이스의 위력을 떨친 상징성을 더해 양현종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MVP 투표는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의 위력을 떨치기도 전에 이미 종료된 상태였고, 한국시리즈 MVP를 먼저 받은 양현종은 그 뒤 열린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예상대로’ MVP를 거머쥐었다. 마치 마라톤을 하든 각종 시상식에 다녀야 했던 KIA 우승 뒷풀이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정규시즌 MVP가 반드시 우승 팀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태에서 KIA로 넘어온 이후, KIA는 우승 시즌에 정규시즌 MVP는 놓치지 않았다. 7년 만에 다시 우승한 KIA의 ‘겨울 시상식 마라톤’ 바통은 이제 김도영(21·KIA)이 이어받는다. 3년차에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김도영의 MVP 수상은 매우 유력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6일 정규시즌 시상식을 연다. 투·타 각 부문 타이틀홀더를 시상하고 MVP와 신인왕을 발표하는 자리다. MVP와 신인왕 투표는 롯데-NC의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다음날, 10월2일 이미 실시됐다. 결과는 나와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채로 한 달 여가 지났고 26일 드디어 발표된다.
KBO가 투표 당시 내놨던 후보는 총 18명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202개)를 친 빅터 레이예스(롯데) 등 쟁쟁한 활약을 한 선수들이 있지만, ‘MVP급’ 활약으로 가치를 두고 보면 김도영의 수상은 일찍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도영은 역대 한 시즌 최다인 143득점을 해 득점과 장타율(0.647)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홈런 2위(38개), 안타 3위(189개), 타율 3위(0.347), 출루율 3위(0.42)로 타격 주요 부문에서 전부 3위권 안에 들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067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리그 역사에 남을 상징적인 기록들이 김도영의 MVP 경쟁력을 압도적으로 밀었다. 내츄럴사이클링히트 및 최초의 월간 10홈런-10도루를 시작으로 역대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뒤 38홈런-40도루 고지까지 밟아 시즌 마지막까지 국내 타자 최초의 40홈런-40도루 탄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그를 가득 채웠다.
김도영은 MVP를 수상할 경우 또 하나의 기록을 갖게 된다. 고졸신인으로서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MVP를 독식한 2006년 류현진 다음으로 어린 MVP, 역대 타자 최연소 MVP가 된다. 타이거즈에서는 선동열(1986·1989·1990년) 김성한(1985·1988년) 이종범(1994년) 김상현(2009년) 윤석민(2011년) 양현종(2017년)이 수상했었다. 역대 10차례나 정규시즌 MVP를 배출한 팀은 없었다. 김도영이 수상하면 타이거즈의 역사가 또 새로 바뀐다.
김도영은 한국시리즈를 마치자마자 딱 하루 쉬고 서울로 이동,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대만에서 프리미어12을 치르고 지난 19일 귀국했다. 아주 짧은 휴식 후 이제 진짜 우승 뒷풀이로 나선다. MVP 시상식에 참석한 뒤에는 각종 시상식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12월1일 열리는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선정 올해 최고 선수 수상이 확정돼 있다. 30일에는 광주시가 주최한 카퍼레이드에 이어 팬들과 함께 하는 우승잔치 ‘V12 타이거즈 페스타’에도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