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최근 외국인 투수 2명을 잇달아 새로 계약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좌완 콜 어빈(30)과 일본프로야구(NPB) 2군에서 평균자책점 2.36으로 준수했던 우완 토마스 해치(30)를 차례로 품에 안았다. 둘 다 한도 내 최고금액인 100만달러 ‘풀 베팅’을 했다. 금액만큼 기대치도 높다. KBO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급 자원을 건졌다는 평가다.
남은 건 외국인 타자 한 자리다. 7월 말 교체선수로 들어와 맹활약한 제러드 영(29)과 재계약하는 게 목표다. 이승엽 감독은 최근 이천 베어스파크 마무리 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타자는 제러드를 당연히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러드는 올 시즌 38경기에서 144타수 47안타(0.326)에 10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3할을 훌쩍 넘긴 타율도 좋지만, 그 타율에 비해서도 0.1이 높은 출루율(0.420)은 더 매력적이다. 볼넷을 골라낼 줄 알고 2루타도 16개나 때려냈다. 재계약을 바라는 게 당연한 성적이다.
그러나 불안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이패스트볼이 고민이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 공은 몸쪽·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다 잘 때려냈지만, 높은 코스는 약했다. 바깥쪽도 잘 공략하지 못했고, 몸쪽은 더 약했다. 얼마 안 되는 타석에서 나온 ‘스몰 샘플’의 문제로만 보기도 어렵다.
미국에서도 제러드는 높은 코스 빠른공 공략을 가장 어려워했다. 올해 중반까지 최근 2년간 제러드는 AAA리그에서 OPS 0.9 이상을 때려내며 과거 몇 시즌에 비해 기록이 확 좋아졌다. 출루율이나 볼넷·삼진 비율 등 선구안과 관련된 기록이 특히 좋아졌다. 그러나 그 2년 동안에도 높은 코스 빠른공은 약했다. 타율이나 장타율 같은 기록뿐 아니라 타구 속도 같은 내용물도 가장 나빴다. 요컨대 미국에서 좋았던 부분도, 좋지 않았던 부분도 지난 반년간 KBO리그에서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제러드 본인도 약점을 모르지 않는다. 시즌 막판 취재진과 만난 그는 “하이패스트볼이 약점인 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코스로) 똑같이 20개를 던져봐라. 투수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투수들이 약점이라고 몸쪽 높은 공만 계속 던진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제러드는 약점 공략에 실패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7타수 1안타 4삼진에 그쳤다. 4삼진 중 하이패스트볼에 삼진 3개를 당했다.
제러드가 내년에도 두산에서 다시 뛴다면 당연히 상대 투수들은 집요하게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제러드의 성적 또한 여기서 갈릴 공산이 크다.
두산은 제러드의 재계약 수락을 기다리고 있다. 협상이 틀어진다면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이지만, 하이 패스트볼 대처가 마음 한구석 찜찜함으로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