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돌풍이었다. 3~4월은 천성호(27·KT 위즈)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알리는 시간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방망이를 휘두르는 족족 안타였다. 실제 이 기간 인플레이타구타율은 팀 내 1위(0.422·150타석 이상)였다. 서건창이 역대 최초 200안타 고지에 오른 2014시즌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5월(0.419)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많은 팬이 그에게 열광했다. 유니폼은 소위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었다.
●“인플레이타구를!”
시즌 후 천성호는 타격 전략을 다시 설정했다. 깊은 인상은 남겼지만, 꾸준하게 활약하진 못했다는 반성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분석하는 상대를 이겨내지 못해 6월 이후 2군을 오르내렸다. 몸쪽 공략에 애를 먹고, 볼카운트 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유한준, 김강 코치와 머리를 맞댔다. 천성호는 “(두 코치와) 약점은 보완하되 강점은 더 강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타격 전략을 새롭게 세웠다”고 밝혔다.
목표는 더 많은 인플레이타구 생산이다. 인플레이타구가 아웃이 되기까지는 거쳐야 하는 야수가 많다. 천성호가 삼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상대는 매 타석 변수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천성호는 방망이를 자주 내는 편이지만, 콘택트 비율(82.9%)이 준수하다. 주력까지 갖춰서 알맞은 전략을 세운 셈이다. 그는 “(공을) 잘 맞힌다곤 생각하니 한 번 맞힐 때 더 정확하게 맞히고, 인플레이타구를 만들 수 있는 타격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합하고 싶다”
수비 역시 도전이다. 내야수인 천성호는 후반기를 앞두고 외야 선수층이 얇은 팀 사정에 따라 포지션을 변경했다. “프로라면 결정에 맞게 잘해야 한다”는 그는 일본 마무리캠프에서 이종범 코치와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걱정도 있지만, 기대도 크다”며 “연습량이 많아질수록 타구가 보여 시합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곤 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외야 수비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시합을 통해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성호는 새로운 목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 또한 느끼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치른 마무리캠프에서 이강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정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이 감독은 “(천)성호가 공·수 양면에서 성장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천성호는 “올 시즌 느낀 게 많다. 긴 슬럼프도 겪었다. 체력과 타격감이 떨어질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다. 다음 시즌 되풀이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