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지난 42년간 단 1명씩밖에 나오지 않았던 '만장일치' MVP와 신인왕이 탄생할 수 있을까.
2024시즌 프로야구를 결산하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이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다. KBO는 MVP와 신인상 수상자 선정을 위해 정규시즌 종료 후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 및 각 지역 언론 담당 기자들의 사전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MVP에는 개인 부문별 1위 선수 및 한국야구기자회에서 적격한 후보로 선정한 선수 중 총 18명이 후보로 등록됐다. 제임스 네일, 정해영, 김도영(이상 KIA 타이거즈 ), 원태인, 구자욱(이상 삼성 라이온즈), 오스틴 딘, 홍창기(이상 LG 트윈스), 곽빈, 조수행(이상 두산 베어스), 박영현, 멜 로하스 주니어(이상 KT 위즈), 노경은, 기예르모 에레디아, 최정(이상 SSG 랜더스),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카일 하트, 맷 데이비슨(이상 NC 다이노스), 아리엘 후라도(키움 히어로즈)가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인상 후보에는 KBO 표창규정 제7조에 의거해 기준을 충족하는 선수들 중 곽도규(KIA), 김택연, 최지강(이상 두산), 조병현, 정준재(SSG), 황영묵(한화 이글스) 등 총 6명이 선정됐다.
후보는 많지만 사실상 MVP와 신인왕의 주인공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MVP는 김도영, 신인왕은 김택연이 사실상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놓고 수상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프로 3년 차를 맞은 김도영은 올 시즌 '제2의 이종범'으로 불렸던 잠재력이 만개했다. 정규시즌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 1.067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득점과 장타율(0.647) 부문에서 1위를 차지, KBO 시상 기록에서 투타 통틀어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했다. 최연소 30-30 달성, 역대 최소 경기 100득점, 역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등 각종 신기록을 세우면서 일찌감치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고 'MVP 0순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택연 역시 신인왕 '0순위'다.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아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활약했다. 지난 7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최연소(19세 1개월 20일) 10세이브, 8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시즌 17세이브로 KBO리그 고졸 신인 역대 최다 세이브(종전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 16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며 신인왕 경쟁을 독주 체제로 만들었다.
이미 시즌이 끝나기도 전부터 '어차피 MVP는 김도영', '어차피 신인왕은 김택연'이라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이제 눈앞으로 다가온 시상식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만장일치' 여부다.
지난 42년 동안 KBO리그 역사상 만장일치로 MVP와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는 각각 1명씩 있었다. 만장일치 MVP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박철순(OB 베어스)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당시 박철순은 22연승을 포함해 24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의 성적을 기록, 단독으로 MVP 후보에 올라 반대표 없이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만장일치 신인왕의 주인공은 1996년 데뷔한 '리틀 쿠바' 박재홍(현대 유니콘스)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입성한 박재홍은 126경기 타율 0.295 30홈런 108타점 36도루 OPS 0.928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KBO리그 최초로 30-30클럽 문을 열었다. 홈런과 타점, 2관왕까지 차지한 박재홍은 유효표 65표를 싹쓸이하며 만장일치 신인왕에 등극했다.
두 선수를 제외하고 그 어떤 선수도 만장일치 MVP나 신인왕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만장일치 MVP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로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타격 5관왕(타율, 타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과 MVP를 차지한 이정후는 총 득표수 107표 중 104표(이대호 2표, 안우진 1표)를 받아 97.2%의 득표율로 아쉽게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만장일치 신인왕에 근접했던 선수로는 '끝판왕' 오승환이 있다. 2005년 데뷔 시즌 10승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오승환은 득표율 96.6%(88표 중 85표)를 기록, 만장일치에 3표(두산 김명제 2표, SK 와이번스 조동화 1표)가 부족했다.
신인왕 투표가 점수 합산제로 운영되던 시기에 만장일치를 노렸던 선수로는 이정후(당시 넥센 히어로즈), 강백호, 소형준(이상 KT) 등이 있다. 2017년 이정후는 유효 투표수 107표 중 1위 표를 98표(535점 만점에 503점), 2018년 강백호는 111표 중 99표(555점 만점에 514점), 소형준은 112표 중 98표(560점 만점에 511점)를 획득했지만, 역시 만장일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김도영과 김택연은 올 시즌 KBO리그 역사에 남을 여러 기록을 세우며 202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두 선수가 과연 역대 1명씩만 성공했던 만장일치 MVP와 신인왕이라는 진귀한 기록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뉴스1, OSEN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