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신인들만 주목받는 세상, 우리도 있다...당찬 KT 미래들 "지명 순위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와카야마 인터뷰]

입력
2024.11.20 15:01
◇왼쪽부터 2라운드 박건우, 3라운드 김재원, 4라운드 박준혁.  사진=김용 기자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지명 순위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KT 위즈 선수단은 19일 일본 와카야마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훈련을 지휘한 이강철 감독은 캠프 MVP로 천성호를 지목했다. 투-타 모두에서 발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불펜 기대주 전용주와 강건의 컨디션이 올라온 것도 주목했다.

여기에 올해 뽑은 신인 투수 4총사를 직접 본 것도 큰 소득이었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 중반 시점 포수 장성우와 함께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4라운드에 뽑은 유망주 선수들을 호출했다. 김동현, 박건우, 김재원, 박준혁이 그 주인공.

익산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던 선수들은 이 감독의 부름에 바로 짐을 싸 일본 캠프에 합류했고, 이 감독이 보는 앞에서 피칭을 하며 첫 인사를 했다. 이 감독은 "역대 최고 신인들이 들어왔다"며 흡족해했다.

사실 신인 선수들은 드래프트, 입단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는다. 신인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이 가져간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1라운드 어느 팀 지명을 받을까가 초미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뽑힌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들도 열심히 운동해 프로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름조차 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와카야마 캠프에 신인 선수들이 도착했다길래, 자연스럽게 1라운드 김동현부터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나머지 선수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싶었다. 프로 지명 순간부터, 처음으로 프로 해외 전지훈련을 온 소감까지.

이강철, 이종범, 유한준, 박기혁 레전드 코칭스태프를 처음 맞이했고 같이 밥도 먹고 훈련도 했다. 이것만으로도 살 떨리는 경험. 외모도, 공 던지는 스타일도 '레전드' 오승환(삼성)을 쏙 빼닮은 박건우는 "프로 훈련은, 고등학교 때와 차원이 다르다"고 짧고 굵게 설명했다. '인터뷰 학원'을 다닌 것처럼 똑부러진 김재원은 "경력 많으신 선배님들이 계시고 하니, 눈치도 보이고 긴장도 된다"고 솔직히 말했다. 밝고 순수한 느낌이지만, 강단있는 느낌을 준 박준혁은 "일본 전지훈련도, 프로 훈련도 처음이다보니 긴장이 되고, 선배님들 사이에서 피해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비 훈련 때, 2루 송구를 계속 패대기 치고 선배 주자를 맞히기까지 한 신인 선수들. 하이라이트는 이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의 첫 불펜 피칭이었다. 김재원은 "힘 쓰지 말자, 내 밸런스대로 던지자고만 머릿속에 되니이고 있었다. 그런데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부터 힘이 들어가더라"며 웃었다. 박준혁은 "캐치볼 할 때부터 긴장됐다. 그런데 캐치볼을 하는 자세부터 감독님께서 자세히 봐주셔서 말씀을 경청했다. 마운드 올라가니 포수 바로 뒤에 감독님이 계신데 의식을 안 할수가 없더라. 그냥 포수만 보고 열심히 던졌다"고 털어놨다. 박건우는 "감독님 시선이 너무 느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프로 선수가 됐지만 아직 고교생들. 포스트시즌 때 KT를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을 찾았는데, 자신들을 알아봐주는 팬들에게 너무 고맙더란다. "KT 선수가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히고 싶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쉽게 2라운드에 뽑힌 박건우가 "솔직히 뽑히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씩씩하다. 김재원은 "들어올 때는 순서가 있찌만, 나갈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캠프에 와 훈련을 해보니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선배님들 운동하시는 걸 보니, 자기만 잘하면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건우도 "훈련장, 시합장에서는 지명 순위는 상관 없는 것 같다. 다 같은 조건이다. 중요한 건 경쟁이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마지막, 프로 선수로서 앞으로의 각오. 박건우는 대선배 오승환 얘기를 꺼내자 부끄러워 하면서도 '제2의 오승환' 타이틀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김재원은 "감독, 코치님, 선배님들, 팬분들이 마음 놓고 경기를 보실 수 있게끔 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외쳤다. 마지막 박준혁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투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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